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개혁 드라이브가 사회 각계의 공감을 얻으면서 대기업들도 그간 '말 못했던' 얘기를 꺼내 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7일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끝장토론에서 거론된 내용들이 대부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었다"면서 "이 문제를 보다 거시적으로 확장한다면 상당히 중요한 개혁 이슈들이 수면 위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측도 이날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기업이 힘을 내야 하는데 규제개혁에서 대기업이 소외된다면 그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의 목소리를 본격 대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지주회사 규제, 신규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완화다. 오너 패밀리가 소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것을 견제하고 지분·경영권 승계의 우회로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해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법은 자회사가 손자회사 지분 100%를 갖도록 한 점이 합작 등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200%로 상한한 것은 대형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라고 재계는 주장하고 있다.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규제는 기업의 투자를 직접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역시 수직계열화를 통한 사업 합리화의 과정인지, 아니면 승계를 위한 꼼수인지의 경계가 불명확한 경우가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선 과정과 정권 출범 직후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워낙 강해 이 같은 얘기를 드러내놓고 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규제개혁이 새로운 대세가 된 만큼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을 통해 할 얘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와 부품업계는 통상임금, 저탄소차 협력금제,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본격 개진할 예정이다. 완성차 5사가 회원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280여개 부품사가 회원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규제 개선 요구안을 다음달 초 정부에 전달하기로 하고 최근 회원사에 규제 내용과 개선책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이슈, 저탄소차 협력금제 같은 환경 이슈는 업종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초대형 사안"이라면서 "앞으로는 업계 입장을 보다 분명히 주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