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페이고 예산' 정부와 국회 2인3각 필요하다

내년부터는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면서 반드시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원칙을 적용하게 된다. 페이고는 간단히 말해 번 만큼만 쓴다는 취지다. 따라서 앞으로는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 예산을 확대하려면 자체 세입증대 방안을 강구하거나 별도의 지출절감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세입여건은 빠듯한데 국정과제, 지역공약, 경제혁신3개년계획 이행 등으로 돈쓸 데가 많다 보니 세출예산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세출증가나 세입감소를 수반하는 법률 제개정이나 대규모 재정사업에 앞서 재정당국과의 사전협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정부가 "재원대책 없이는 세출확대도 없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국회에만 가면 이런 원칙이 유야무야된다는 데 있다. 국가 예산에서 정부가 재량으로 가감할 수 없는 의무지출이 전체의 47%를 넘어선데다 페이고 원칙과 규제심사의 사각지대에 놓인 의원입법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임기의 절반도 안 된 19대 국회에 제출된 의원입법안은 이미 9,132건으로 18대 국회 4년치의 75%에 이른다. 정부 제출 법안(562건)보다 15배 이상 많고 가결(수정 포함)된 것만도 885개나 된다. 이 중에는 유권자의 표심이나 경제민주화 논리만 의식해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혈세를 낭비하는 법안이 부지기수다. 이런 의원입법을 정부가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페이고 원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 국회에도 이미 페이고 관련 입법안까지 제출돼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페이고는 의원입법을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회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야·국회가 2인3각·3인4각 파트너로 보조를 맞춰야 국가재정이 건전해지고 경기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