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급등하던 중국 증시가 이른바 '대출 쇼크' 발언으로 주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은행이 대거 유동성 긴축에 들어갈 경우 본격적인 조정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지앙궈 중국 건설은행장은 7일 하반기 신규 대출을 상반기보다 70% 정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상하이 증시에서 건설 및 은행 관련 주식이 일제히 하락했으며 상하이 종합지수도 2.85%(95.64포인트) 하락한 3260.69로 마감했다. 상하이 주가는 이번 주 들어 3%가량 하락하며 주간 단위로 지난 6월 초 이후 처음으로 하락장을 연출했다. 그간 중국 금융당국이 '통화정책 미세 조정' 등의 표현을 써가며 확장 일변도의 통화정책에 대한 속도 조절을 시사했지만 대형 은행장이 구체적인 대출 감액 수치를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건설은행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로 장 은행장의 대출 축소 발언은 금융권의 본격적인 대출 줄이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상하이 증시의 한 트레이더는 "올 들어 정부의 대폭적인 경기부양에다 사상 유례 없는 은행 대출 확대로 상하이 증시가 비이성적으로 급등 장세를 연출했다"며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급등에 따른 경계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건설은행의 대출 축소 발언은 본격적인 조정 장세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올 들어 80% 이상 급등하며 3,300포인트 안팎까지 급등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인프라 관련주가 주목 받고 있고, 은행 대출 확대로 은행 순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건설ㆍ은행주들이 그간의 증시 상승을 주도해왔다. 상하이와 심천 증시의 에너지와 원자재 지수도 올 들어 정부의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과 통화확장 정책에 힘입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버블 붕괴 우려, 은행 대출 축소에 따른 은행 순익 감소 전망 등이 제기되면서 이들 관련주들이 반대로 증시 하락장을 주도하는 형국이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 소재 자산 운용사인 KBC-골드스테이트 펀드 매니지먼트의 래리 완 투자 전략가는 "은행 대출 축소 등으로 하반기에는 상반기처럼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하이 증시는 앞으로 2~3개월간 조정 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정부도 최근 증시과열은 물론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긴 버블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시중에 풀린 1조1,000억달러의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실물로 흘러가지 않고 부동산 및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고 정부당국은 관측했다. 올 들어 중국 36개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은 6.3%나 올랐으나 도시 노동자의 실업률은 올라가고 임금 상승률은 떨어지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이날 장 건설은행장도 "상당 규모의 대출액이 실물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면서 "부동산 등 일부 분야에만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며 버블 형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