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1주기인 16일 김 추기경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용인시 천주교 대교구 용인공원은 쌀쌀한 날씨에도 신도와 일반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묘소 앞에는 꽃다발 10여개와 막걸리 한 잔, 북어, 건빵 한 봉지, 한라봉 한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어 김 추기경을 그리워하는 추모객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줬다. 묘소를 찾은 사람들은 김 추기경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나간 게 실감이 나지 않은 듯 아직도 그의 모습과 가르침이 생생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묘원에서 공식적인 추모행사는 없었지만 오전11시 서울 도곡동성당의 정민수 신부가 주관하는 미사가 열렸다. 신도 150여명은 영하의 날씨로 얼어붙은 바닥도 개의치 않고 자리를 깔고 앉아 김 추기경의 죽음을 애도하고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정 신부는 강론에서 "김 추기경은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과 함께했고 모든 이에게 사랑을 베풀었다"면서 "남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분의 삶을 본받고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신부는 지난 1999년까지 3년9개월간 김 추기경의 비서를 지낸 인연이 있다. 미사가 끝난 후에도 성도들은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하고 개별적으로 묘소에 추모기도를 드리거나 묘소 인근에 설치된 '기도지향함'에 기도문을 적어 넣으며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