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파격인하] 이성태 총재 일문일답
"3% 기준금리, 유동성 함정 상태는 아니다""금융시장 안정위해 다양한 정책 구사할것"
홍준석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현재 비상사태의 경계선에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은행권의 자금시스템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해 자칫 우리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권이 더 이상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비상사태 돌입을 선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처럼 한은이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매입 등 기업에 자금을 직접 공급해주는 초강력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비상사태' 왜 언급했나
이 총재는 이날 처음으로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 비상사태의 경계선'이라는 의미심장한 용어를 사용했다. 평소 신중 모드인 이 총재의 스타일상 작심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 총재가 '비상사태의 한가운데'라고 판단할 만큼 현재 은행권의 기능 상실로 금융경색이 심각한 지경이며 여차할 경우 한은이 은행을 뒤로 하고 직접 기업 자금줄에 파이프라인을 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들은 한은이 통안채 중도상환, 환매조건부(RP) 방식의 은행채 매입, 지준부리 등을 통해 다량의 유동성을 퍼붓고 있지만 리스크 강화 등을 이유로 기업 대출에는 눈을 감고 있다. 유동성 창출이 본업인 은행이 제 기능을 못하니 당연히 멀쩡한 기업마저 사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와 달리 외국인이 대주주인 은행들이 정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요지부동"이라며 "은행이 계속해서 제 역할을 못할 경우 한은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국면 판단 기준은
이 총재는 그러나 "우리는 미국처럼 경계선을 넘지 않았으며 따라서 비상사태시 사용하는 수단도 아직 꺼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 자금중개 기능에 문제가 있지만 완전히 고장 났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광의통화(M2)가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 10월 증가율이 여전히 14.2%에 달할 정도로 유동성은 부족하지 않다. 따라서 한은이 비상국면을 선포하고 액션에 돌입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 역시 "한은이 비상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국책기관을 통한 기업신용보강과 은행권의 자본확충, 채권안정펀드를 통한 크레디트물 매입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들 대책의 효과가 미진할 때 한은이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이 비상사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한은법 80조에 규정돼 있다. '금융기관이 기존 대출금을 회수하며 신규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에 있어서 한은이 금통위의 결정을 거쳐 영리기업에 직접 여신(대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비상조치 수단은
한은은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비상조치 수단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 경계선 이전의 조치와 이후 조치 모두를 검토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몰라 실무진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FRB의 행보를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비상사태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기업 직접 대출 등 포괄적이다. 우선 발행시장에서 회사채나 CP의 직접 매입은 어렵지만 FRB처럼 특수목적회사를 세워 출자를 통한 우회 매입이 가능하다. 할부채ㆍ카드채 등도 사들여 2금융권에 대한 지원도 할 수 있다. 또 FRB가 시중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는 장기 국채 매입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거나 출자해 소유 또는 운영에 참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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