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흔들리는 명문장수기업 육성

가업 승계 관련 개정안 국회 표류

선정기준·혜택 등은 논의조차 안해

상속세 10년 납부 유예 방안 등 관련 법안 원점서 재검토 필요 지적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서 야심차게 추진했던 명문장수기업 프로젝트가 흔들리고 있다. 명문장수기업은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해 국내 장수기업을 확산하자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지만 관련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명문장수기업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가업상속 세액공제 대상 기업과 공제 한도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이 묶여 있다. 여야는 지난해 말 가업상속공제 세제혜택 대상 기업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30년 이상 경영한 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기로 사전합의했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부자감세'를 이유로 야당이 반대한데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후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의원발의로 재개정안을 내놓고 2월 임시국회 중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공염불에 그쳤다.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도입 등을 명시한 '중소기업진흥법' 개정안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청이 업력 30년 이상 중견·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경제·사회적 기여도를 평가해 명문장수기업 지위를 부여하고 선정 업체에는 가업 상속 시 증여세 과세특례 혜택과 연구개발(R&D)·수출·정책자금 등 지원시 가산점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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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치권 안팎에서 앞으로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졌던 이한구 의원은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이 되는 3,000억원도 당시 기업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완화해준 것으로 이미 높은 수준"이라고 말해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견기업 관계자들도 희망 섞인 기대보다는 기대를 접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3일 명장포럼 5회 행사에 참가했던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중견기업의 입장이 반영되려면 당장 중견련이 회원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 영향력을 갖는 게 필요하다"며 "법안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명장포럼의 내용 역시 중견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입장에 다소 치중된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명장포럼에 참여한 한 세무사 역시 "지난해 3,000억원으로 확대된 바 있는 가업상속공제 기준을 5,00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한 뒤 그 다음엔 1조원으로 올려 달라고 할 것 아니냐"며 "결국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 반감만 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명문장수기업 관련 법안 내용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명문장수기업 확산이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부자감세'라는 이슈에 짓눌려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패러다임을 바꿔보자는 얘기다. 이동기 한국중견기업학회 회장은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세금을 깎아주자는 취지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본질은 세금을 감면하는게 아니라 경영자들이 장기적으로 경영에 전념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하는 데 있다"며 "정말로 세금 감면이 문제가 된다면 장수기업의 경영권 승계만 문제가 없게 해 주고 대신 상속세를 10년 정도 유예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홍 한국중견기업학회 부회장도 "현재 중기청이 마련한 명문장수기업 기준도 획일적이어서 10~20여개 기업만 통과될 것 가능성이 높아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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