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손 놓은 삼성 직원들 "경영 마비될라"

‘삼성의 심장’으로 불리는 승지원은 물론 전략기획실 재무팀 임직원 전원까지도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삼성그룹은 ‘특검의 칼날’이 예상보다 훨씬 직선적이고 과감한 점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은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삼성 경영의 ‘메카’라는 점에서 삼성그룹은 문자 그대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회장 집무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건 삼성그룹 창사 이래 처음. 승지원 압수수색은 결국 이 회장의 소환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그룹은 당초 태평로 본관 전략기획실과 분당 삼성물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예상했다가 승지원 등으로 특검 수사관들이 급파되자 허를 찔린 듯 우왕좌왕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특검 수사를 성실하게 받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승지원이나 임직원들의 자택을 먼저 압수수색할 줄은 몰랐고 매우 당혹스럽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을 비롯, 재무 총책임자인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그리고 관재팀의 전용배 상무 등의 자택이 수색을 받은 데 대해서도 삼성 측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회사 사무실이 아닌 핵심 임직원들의 자택을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들 6명의 소환은 물론 사법처리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특검 수사가 이 회장의 재산관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점도 삼성그룹을 아연실색하게 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 6인 중 전용배 상무와 최진원 부장, 김상규 부장 등은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내 전략지원팀에서 관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장실 2팀으로 불리는 관재파트는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ㆍ운용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이 회장의 최측근 보좌기구다. 태평로 삼성 본관에 있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은 특검의 압수수색 소식을 방송과 인터넷으로 전해들으며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건물 밖으로 나온 임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특검 수사를 화제에 올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회사 경영에 악영향이 올까 크게 긴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특검 수사가 3개월 넘게 남았는데 경영마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전 계열사에 평소와 다름없이 회사 업무에 전념해줄 것을 지시하며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나섰으나 이 같은 뒤숭숭한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또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부서장들이 나서 분위기 진정과 업무기강 확립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업무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승지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을 들은 재계는 국내 1위 대기업집단인 삼성그룹이 이번 사태로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까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새해 투자는 물론 경영계획 수립이 올스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검 수사가 조기에 매듭돼 모두가 경제 살리기에 나설 수 있는 경영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의 압수수색을 당한 승지원은 선대 이병철 회장이 살았던 집으로 지난 1987년 이병철 회장 사후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이곳에서 국내외 주요 외부 손님들을 맞았을 뿐만 아니라 최고 의사결정을 해와 승지원은 삼성 경영 70년의 정신과 혼이 서려 있는 삼성의 상징인 셈이다. 승지원은 현재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무실이자 삼성그룹의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승지원은 한남동 하얏트호텔 정문에서 도보로 7~8분 거리에 있으며 대지 300평, 건평 100평에 본관과 부속건물 등 2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