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위원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밝은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 성장률이 3%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내수가 상당 기간 부진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지난 7월 예상했던 것보다 4ㆍ4분기나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지금보다 더 내려갈 것 같다”며 “경제성장률이 4% 밑으로 떨어지는, 소위 잠재능력(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앞으로 몇 분기 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에서 하반기 성장률을 3.9%로 내다봤지만 경기하강이 예상보다 심각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연간 경제성장률(4.6%)의 추가 하락을 의미한다. 더욱이 최근 실물경제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3%대 성장률이 지속된다는 언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잘해야 4%대 턱걸이고 하반기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연간 3% 성장률도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올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인 4% 후반보다 훨씬 낮은 4% 초반대로 예상했고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치(4.4%)보다 0.9%포인트나 낮은 3.5%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좋은 징조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압력은 서서히 낮아지겠지만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은 좀 더 커졌다”며 한은이나 금통위의 시각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둔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고 고용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으며 경기전망도 불확실하다”면서 “최근의 경기는 통상적인 경기하강보다 나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불경기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
한편 이 총재는 “10월 이후에는 경상수지가 매달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4ㆍ4분기에는 흑자가 나서 1년간 적자규모는 110억달러 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