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대한 첫 기록은 아이러니하게도 1457년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2세가 내린 골프금지령이다. 당시 영국과의 전쟁 때문에 군사훈련을 해야 했지만 귀족이나 서민 모두 너무 골프에 빠져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자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그 발생 증거를 금지령에서 찾게 돼 시작부터 모순과 아이러니였기 때문인지 골프는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빠져들고 아예 모르는 사람은 손가락질하는 양분화 현상을 겪어 왔다. 그러나 최근 골프가 자선활동의 방법으로 활용되면서 골프를 아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 모두 좋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 무엇보다 프로 골퍼들의 자선활동이 늘어나면서 골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골프를 통한 자선활동이 퍼져가고 있으며 최근 프로 데뷔 10년을 맞은 타이거 우즈가 그 선봉에 서 있다. 우즈는 10년 전 아버지 얼 우즈와 함께 타이거 우즈 재단을 설립해 기금을 모으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타이거 우즈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이나 학비 보조금을 받은 학생은 1,000만명에 달하며 그 금액은 3,000만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우즈는 또 지난 2월 자신의 고향 근처인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타이거 우즈 러닝 센터(Learning Center)를 설립했는데 2층짜리 이 건물에는 항공학까지 배울 수 있는 교육장과 골프 연습장 등이 갖춰져 있으며 4학년부터 12학년의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관심분야를 발견하고 그에 맞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천문학, 지리학, 해양학 등 과학분야부터 건축, 인테리어, 비디오 제작 등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라고. 우즈는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우즈의 자선활동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필 미켈슨도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했으며 상이 용사들을 위한 자선기금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많은 프로 골퍼들이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허석호 프로가 버디를 할 때마다 기금을 모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고 있으며 김미현 선수도 지난 5월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아니스트를 후원하고 무료급식 분식집에 지원금을 주는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활동은 아직 연말에 치중되며 그 규모도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경주 선수의 자선활동이 가장 두드러진다. 최경주 선수는 지난 10년동안 사단법인 부스러기 사랑나눔회에 연중 꾸준히 지원을 해 왔다. 최근 귀국했을 때는 신한동해오픈에서 받은 공동3위 상금 3,500만원을 포함해 국내 행사로 생긴 수익금 전액을 강원 인제와 북한의 수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으로 기탁했다. 한편 일부 뜻 있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골프를 통한 자선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버디를 할 때마다, 혹은 파를 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모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는 것이다.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요즘 이런 방법으로 골프를 통한 자선을 펼쳐는 것은 라운드의 또 다른 재미뿐 아니라 보람과 뜻밖의 기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