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적공제회 부실운용하고 국민에 손 벌릴 건가

국민권익위원회가 교직원과 군인 등 8개 공적 공제회에 급여이자율을 시중금리 수준으로 인하하라고 권고했다. 급여이자율은 공제회가 회원에게 걷은 회비의 운용수익금을 퇴직 또는 탈퇴할 때 지급하는 이자율을 말한다. 이들 공제회의 이자율은 2% 중반인 시중금리의 2배에 해당하는 5%대에 이른다.


위원회가 이자율 인하를 비롯한 제도개선을 촉구한 것은 이들 공제회가 자산규모와 가입자 측면에서 군인연금 같은 공적연금 이상으로 급팽창했음에도 주먹구구식 자산운용으로 지속가능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공제회는 그동안 역마진에 따른 손실을 직영사업 수익으로 보전해왔으나 회원 수 증가와 자산운용 실패, 수익사업 부실 등으로 결손충당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미 몇몇 공제회는 당기손실이 누적되면서 자체 기금만으로 급여 원리금조차 지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최근 감사원 감사의 결론이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지난해 무려 98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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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공제회의 부실이 쌓이면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덜 내고 많이 받는 구조 탓에 해마다 수조원씩 정부의 재정지원이 뒤따라야 하는 특수직역 연금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비록 지금까지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지 않았으나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혈세 투입은 시간 문제라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배경에는 문제가 생겨도 정부에 손을 벌리면 된다는 모럴해저드가 깔려 있지만 관리와 감독 시스템 부재 탓도 크다. 최근 5년간 2회 이상 주무부처 감사를 받은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회계와 투자의사 결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무리다.

공제회 부실 문제는 제도권고만으로 해결될 단계를 지났다. 내부 혁신이 없다면 외부에서라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자산운용과 회계처리를 감시할 독립적인 법령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공제회도 법적 근거를 핑계 삼아 혈세를 털어먹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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