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BB이하의 고수익채권발행시장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발행은 물론 수요 마저 극히 미미해 고수익채권발행시장의 자금중개 기능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5일 한국사장사협의회와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BB이하 등급 채권 발액은 2,161억원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액(47조1,493억원)의 0.46%인 에 불과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BB이하 고수익채권의 발행 비중이 27.7%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고수익채권발행시장의 침체는 최근 경제 사정이 나빠지면서 투기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투자자인 기관투자자들이 내부 운용규정상 해당 투자를 제한하는 등 우량채 투자에 집중해 고수익채권발행시장은 사실상 중개 기능 마비 상황에 처했다. 실제로 기금과 보험의 경우 지난 해 사들인 회사채 가운데 신용등급 A이상이 전체에 99.2%에 이른다. 투신과 은행도 3.5%, 2.8%를 제외하고 A이상 회사채를 담았다. 외국인이 사들인 회사채도 98%가 신용등급 A이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수익채권발행시장의 침체는 기관의 외면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표적인 큰손인 국민연금의 경우 운용 규정 내 투자하는 회사채의 국내 신용등급을 BBB+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용등급이 BBB+ 아래라도 수익성과 안정성이 인정될 경우를 예외 규정으로 두고 있지만 이나마도 투자를 위해선 투자위원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 BBB-(기업어음의 경우 A3-) 이상 채권에만 투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