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혼란만 키운 IT사업 참여 제한


"호랑이가 사라지면 여우라도 나서야 하는데 여우가 길을 헤매고 있어요."


개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시행에 따라 올해부터 대기업 계열사의 공공부문 시스템통합(SI) 사업 참여가 제한된 것을 두고 업계 관계자가 현 시장 상황을 빗대어 한 말이다.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삼성SDS와 LG CNS, SK C&C와 같은 큰 업체들이 빠져나가 영업환경이 좋아졌음에도 중소업체들이 제자리를 찾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공공부문 정보기술(IT) 서비스 시장의 대기업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포인트 낮아졌다. 대신 쌍용정보통신ㆍ대우정보시스템ㆍKCC정보통신ㆍ대보정보통신ㆍLIG시스템과 같은 중견기업들은 인력과 조직을 확충해 영업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실제로 대기업 참여 제한의 수혜를 봤다.

관련기사



하지만 시장은 더 혼란스럽다. 중소업체들이 대규모 프로젝트 유지ㆍ보수와 리스크 관리에서 어느 정도 역량을 발휘할지 미지수여서 시장에 신뢰를 주고 있지 못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예컨대 국방이나 금융 관련 프로젝트의 경우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데 이들의 역량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업계 스스로 저가 경쟁에 몰두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는 점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기술력 대신 싼 가격을 무기로 입찰에 나서고 있고 이는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저가 공급을 위해 하청 소프트웨어(SW) 업체들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요구하면서 이에 따른 품질 서비스 저하가 스스로의 신뢰를 허물고 있다는 내용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점들을 영업환경이 분명 나아졌음에도 중소업체들의 실적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로 꼽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구조 개편을 생각하지 않고 서둘러 대기업을 배제시킨 것도 생각해볼 문제다.

시장에서는 정부와 업계 모두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정부는 장기적으로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꾸리면서 대기업 위주의 감시 기능을 중소업체로도 확대해야 한다. 무턱대고 시장을 흔드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장기 비전을 고민해야 한다. 업계 역시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에서 탈피해 교육훈련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우는 방향의 기술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