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95개 단체수의계약 품목이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으로 전환되면 40여년간 중소업계의 버팀목이 돼온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완전히 폐지된다. 이에 따라 소수의 우량 중소기업들이 공공기관 조달시장을 싹쓸이하고 영세기업들은 도산에 내몰리는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업계의 최근 실상과 향후 대응전략을 두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단체수의계약이 적용되던 2005년에는 226개 회원사가 716억원의 물량(근무복ㆍ작업복 등)을 나눠 배정받았었는데 경쟁입찰로 전환된 올해에는 30여개 업체만이 각 1억원이상의 물량을 낙찰받았고, 이 중 10여개 업체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새로운 독점현상이 나타났고 있다." 박조양 피복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조합원사들의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체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전환됨에 따라 회원사의 70% 가량이 공장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 조합도 한 때 20명에 달했던 직원수를 5명으로 줄였다"며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2004년 말 단체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된 조미료공업협동조합은 1년 10개월만에 회원사가 40개에서 20개로 50% 줄고, 6개 회원사가 도산했다. 조합 직원도 10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단체수의계약 품목이 경쟁입찰 대상으로 전환돼감에 따라 중소기업들간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수수료 수입을 잃은 조합들도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년간 단체수계 대상에서 지정제외된 전기(배전반)ㆍ전자(방송장치)ㆍ피복 등 32개 조합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자간 경쟁전환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29개 조합의 5,114개 조합원 중 15.4%(790개)가 생산활동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산활동을 중단한 790개 업체 가운데 동종업계에서 규모가 중간 이하인 곳이 93.7%를 차지했다. 이처럼 벼랑 끝으로 내몰린 중소업계는 경비용역ㆍ피복ㆍ콘크리트ㆍ조리기계 등 협동조합 및 연합회 이사장들이 주축이돼 '단체수의계약제도 3년 유예 추진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오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10만 중소기업인 결의대회를 갖고 입법청원을 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경식 공동대책위원장(콘크리트공업조합 연합회장)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 이 제도가 당장 폐지된다면 영세 중소기업 대부분은 살아남기 어렵다"며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신공공구매제도가 아직 세부 시행규칙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3년간 단체수계와 병행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주대철 정보통신공업협동조합 이사장도 "단체수의계약 제도가 올해 말 완전 폐지되면 상위 5~10% 업체들은 상황이 좋아지겠지만 절반을 차지하는 영세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환경변화'로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정부가 시행하는 경쟁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일정부분의 자체 설비나 생산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면서 중국 공장이나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줘 만든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을 걸러내기 위해 내년부터 시행할 '직접생산확인제도'는 세부 시행기준 등이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않아 중소기업들을 상당히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연회비를 선납하면 낙찰자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신용등급을 한 등급 올려주겠다고 영업하는 신용평가기관, 수의계약을 따낸 뒤 하청을 줘 납품하는 보훈ㆍ복지단체나 낙찰자 선정심사에서 가점을 받기 위해 여성기업으로 위장등록하는 업체를 가려내 제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