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잇단 실수에 '망신살'
오버홀저 막판 2홀서 5타 잃고스콧은 11번홀까지 11오버…심한 바람 변화·긴 러프로 고전
우즈도 평정심 잃고 들쭉날쭉 플레이
김진영
골프전문 기자 eaglek@sed.co.kr
6번홀을 보기로 홀 아웃한 타이거 우즈. 갑자기 한 8m쯤 떨어진 곳에 캐디가 내려 놓은 백을 향해 퍼터를 집어 던졌다. 그가 모자를 거칠게 벗으며 내뱉었다. “실수 좀 그만하란 말이야.”
우즈가 26일(이하 한국시간)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경기 도중 스스로에게 던진 이 말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날 숱한 선수들이 황당한 실수를 하며 망신을 샀다. 16번홀까지 1타차 선두였던 아론 오버홀저가 대표적 케이스.
9번홀부터 4홀 연속 버디를 잡았던 그는 단독 선두로 파3의 17번홀에 들어섰다가 선두에 2타 뒤진 채 홀 아웃했다. 티 샷을 물에 빠뜨리고 3퍼트까지 하면서 트리플 보기를 했기 때문. 그는 18번홀에서는 더블보기를 해 막판 2홀에서 5타를 잃었다. 결국 공동 17위가 됐다.
2004년 이 대회 우승자인 호주의 애덤 스콧의 수모도 만만치 않다.
선두 짐 퓨릭에게 1타 뒤진 7언더파 공동 2위였던 스콧은 이날 11번 홀까지 11오버파를 쳤다. 버디 한 개도 없이 더블보기 2개에 보기 7개, 파가 2개였다. 전반 9홀 스코어는 9오버파 45타로 완전 보기 플레이였다.
이후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더해 10오버파 82타를 보탠 스콧은 무려 49계단이나 추락해 공동 51위가 됐다.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며 “90타도 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는 스콧은 “그래도 마지막 라운드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그는 “최종일 이런 일이 있었으면 죽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은 또 “전날 데이비스 러브 3세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러브 3세는 첫날 7언더파 65타로 공동 선두를 기록했으나 2라운드에서 이보다 무려 18타나 많은 83타를 치는 바람에 컷 탈락하는 대 이변을 만들어 냈다. 그는 전날 버디 단 1개에 보기 6개, 더블보기 1개, 쿼드러플 보기(+4) 1개를 기록, 이 대회 33년 역사상 처음으로 첫날 선두였다가 컷 탈락하는 ‘황당한’ 사건을 기록했다.
이날 선두로 출발했던 짐 퓨릭은 2번홀에서 티 샷을 물에 빠뜨려 더블보기를 한 뒤 좀처럼 평정 심을 찾지 못해 버디 6개, 보기 5개, 더블보기 2개로 3오버파 75타를 치는 어지러운 스코어 카드를 만들었다. 우즈도 마찬가지. 버디 4개와 보기 5개로 플레이가 들쭉날쭉했다. 12번홀까지 선두를 3타차로 따라잡아 선두 권 진입 가능성을 높였던 그는 이후 보기만 2개를 더 하면 주저 앉았다. 이에 대해 우즈는 “13번홀에서 무려 10번이나 잔디를 날리면서 바람의 방향을 살폈는데 방향이 6번이나 바뀌었다”며 클럽 선택이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은 첫날과 달리 햇살이 강하게 내려 그린이 바싹 마르면서 딱딱해졌고 바람은 수시로 방향과 세기를 바꿔가며 선수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 또 15cm이상의 길게 자란 러프는 한번 볼을 잡으면 좀처럼 놓아주지 않아 버디를 노리다가 순식간에 보기, 더블보기 등으로 무너지는 일이 잦아 순위 변동이 컸다.
입력시간 : 2006/03/26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