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감사와 겸손-홍병의 시슬리코리아 대표


해마다 12월이면 어김없이 구세군이 등장한다. 매서운 도시바람이 스치는 곳, 화려한 백화점 성탄 트리 아래 연말을 보내는 아쉬움과 신년을 맞이하는 설렘으로 들떠 있는 거리에서 맑은 종소리를 울리며 그들이 서 있다. 때로는 애써 구세군 냄비를 피해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언제나 평온하게 미소 짓고 있고 작은 기부에도 자기 일인 듯 얼굴 가득 환한 웃음으로 답한다. 그래서 12월 날씨는 춥지만 마음은 따뜻하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하는 일이 지인들에게 감사하는 일이다.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보내기도 하고 감사의 선물을 전하기도 한다. 때로는 직접 찾아가 인사도 드린다. 우리는 내가 어떤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 감사하다고 말하는 게 일반적이다. 감사한 사람도 대충 정해져 있다. 대부분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며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관계다. 그래서 감사하다 말하기가 쉽다.


내가 말하려는 감사는 이런 뜻의 감사가 아니다. 감사할 처지가 아닌데 감사할 수 있는 것, 화가 나거나 불편한 데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거나 고통을 준 사람에게 감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느끼지 못한 것까지 찾아서 감사하는 것 또한 참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감사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감사함을 느끼는 대상 대부분은 자기중심적으로 고른다.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대상을 정하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사업하면서 터득한 사실이지만 내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하면 할수록 감사해야 할 경우가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마음에는 없었지만 억지로 감사하다 했는데 그것을 꾸준히 감사하게 생각하니 그것이 정말 감사한 이유를 만들어 준다. 어른들께서 말은 생명력이 있어 '말한 대로 된다'고 하신 말씀과 비슷한 이치다.

관련기사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감사할 만한 것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감사해야 하는 조건을 갖추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감사할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 될 거라고 믿고 미리 앞당겨서 감사하라는 말이다. 그러면 오늘이 조금 힘들더라도 희망이 생기게 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면 내가 먼저 겸손해져야 한다. 겸손해지면 겸손해질수록 감사해야 할 이유가 많아진다. 그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겸손하다.

세상에는 감사할 것이 참 많다. 생각을 조금 바꿔 감사해야 하는 조건을 더 넓게 생각하고 감사하면 불평의 조건들도 감사의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감사의 힘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감사할 대상을 찾아 생각해본다. 감사해야 할 경우가 적다면 더 겸손해지고 낮아져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감사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