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오랜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모처럼 활짝 피어났다. 지난주 말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글로벌 국제공조 확인과 원ㆍ달러 환율 급락이 패닉 심리를 진정시키면서 코스피지수를 단숨에 4% 가까이 끌어올렸다. 하지만 아직도 증시 주변에서는 보수적인 투자관점에서 ‘신중모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물경기 악화와 외국인의 매도세 등을 고려할 때 증시가 쉽사리 반등세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15거래일 만에 최대폭 상승=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47.06포인트(3.79%) 급등하며 1,288.53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날 반등폭은 지난달 19일(4.55%) 이래 최고 규모다. 코스닥지수도 전날에 비해 5.11% 폭등한 368.17포인트로 장을 마치며 오랫동안 지속된 상승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해소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22%가량 단기 폭락했다. 지난주 말 G20 긴급 회동에서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공동방안 마련을 모색한 데 대해 증시가 곧바로 화답한 셈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등세로 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축소된 것은 반길 만하지만 실물경기 위축이라는 큰 리스크가 남아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은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PBR 세계 최저 불구, 외국인 매도세 여전=증시가 모처럼 반등하자 국내 증시의 저평가에 대한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세계 최저 수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현재 PBR는 0.8배에 불과하다. 이는 기업의 청산가치가 현재 시가총액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내 증시가 그만큼 저평가됐음을 말한다. 러시아와 함께 선진국 및 이머징 증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동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우리 증시의 PBR가 1배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PBR의 급격한 할인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수 급등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는 지속돼 투자심리 회복 기대를 반감시켰다. 이날 외국인은 5,347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난달 16일 이래 하루 기준으로 최대 규모의 매도공세를 펼쳤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의 경우 반등을 이용해 위험자산을 축소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이 같은 매매패턴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기 위축… 리스크 추가 확인 필요=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반등이 일어난 만큼 증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라는 의견이 많다. 글로벌 국제공조의 경우 아직 원론적인 부분에서만 이뤄져 실제적인 방안이 나와 효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3ㆍ4분기 실적 시즌이 도래했지만 실물경기 위축으로 향후 실적부진에 대한 우려도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꼽히고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공조에도 불구하고 실제 구제금융이 지연되고 있고 4ㆍ4분기 실적 둔화 등 리스크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며 “매도에 동참하지는 않더라도 신규 매수의 경우 예단보다 확인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필호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가 단기간 하락폭이 컸기 때문에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나 그 폭은 제한적”이라며 “글로벌 경기의 하강이 아직 개별 기업의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을 고려할 때 보수적인 관점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