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장기불황 탓에 깨지는 투자 공식

강남불패·블루칩 동조화 옛말<br>전세 올랐지만 매매수요 뜸해<br>지역 호·악재따라 가격 차별화<br>단기보다 장기투자 눈돌려야

부동산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시장에서 통용됐던 투자공식도 잇따라 깨지고 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며 투자 1순위로 꼽혔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경험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 전경. /서울경제DB


"예전과 달리 확실한 패턴이 없어져 투자 컨설팅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전문가들조차 시장전망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입니다."(A부동산자문회사 컨설턴트)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전에 통용되던 '투자공식'이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강남 불패'라는 말도 사라진 지 오래고 교통호재도 옛말이 됐다. 강남권이나 분당ㆍ판교 등 일부 '블루칩' 지역의 집값 상승을 주변이 따라가는 동조화 현상도 의미가 퇴색됐고 전셋값이 급등하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된다는 상식도 통하지 않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부동산팀장은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한 예전의 '투자공식'들이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의 '도미노 현상' 사라져=지난 2006년 하반기 공급된 판교신도시 대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1,800만원에 달하면서 고가 분양 논란을 일으켰고 이는 인접한 분당신도시는 물론 강남의 집값까지 들썩이게 했다. 판교 집값이 오른 만큼 강남 집값은 더 올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06년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형은 전달보다 1억원 이상 가격이 치솟았다.

과거에는 중심시장의 집값이 상승하면 주변지역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동조화 현상'이 뚜렷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동조화 현상이 상당히 완화됐다. 오히려 국지적인 수요ㆍ공급이나 개발호재에 따라 시장이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의 집값은 2008년 10월 대비 현재 15.5% 하락했지만 용산구는 5.9% 떨어지는 데 그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는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동조화 현상 역시 집값 상승을 전제해야 생기는 현상인 만큼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나타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남 불패'도 옛말=부동산시장에서 강남 지역 부동산을 사두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강남 불패'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고 있다. 투자 1순위였던 재건축아파트 역시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다. 2008년 10월 말 8억7,000만원가량이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7억원 초반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변동률은 -18.7%로 서울시 평균 변동률(-10.5%)보다 낙폭이 컸다.


수익형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수요도 많고 임대료도 높아 수익률이 더 높을 것 같던 강남 지역의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강북이나 수도권 일부 지역보다 더 낮게 나타나고 있다. 강남권의 오피스텔 수익률은 비싼 매매가격 때문에 4% 안팎을 기록, 강북이나 서울 인근 수도권 지역보다 낮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강남 중심의 투자 형태가 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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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예전에는 강남 지역 부동산을 사두면 무조건 돈이 됐지만 지금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며 "강남이 중요한 시장이기는 하지만 예전의 지위는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ㆍ유동성 증가 영향도 제한적=2001년 서울 지역의 전셋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일부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70%를 넘어섰고 노원구 등 일부 아파트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매매가격은 폭등을 거듭했고 이런 상황은 한일월드컵이 있던 2002년까지 지속됐다.

지금도 여건은 비슷하다. 전셋값이 급등했으며 저금리로 인한 시중 유동성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지역의 전세가 비율은 54.8%로 2008년 10월(38.9%)보다 15.9%포인트 올랐고 지난해 11월 협의통화(M1)는 450조1,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5.3% 늘었다.

하지만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하락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어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10년 주기설, 유동성 증가에 따른 실물자산 선호 등 전통적인 원칙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전에 통용되는 투자 패턴들이 통용되지 않으면서 부동산투자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예전과 같이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투자보다는 장기투자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 팀장은 "최근 자산가들은 중소형 상가 빌딩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는 모습"이라며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 자녀들에게 증여나 상속을 통해 부를 쌓아가는 것이 최근의 패턴"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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