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17일] 선진 유통시장에서 배울점

"매장을 오픈했을 때 지역 상인들의 반발은 없었고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영국 런던 북부에 위치한 테스코 크라우츠엔드점의 인란 반디 점장은 오픈 당시 지역 상인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를 둘러싸고 대형 유통업체와 지역 내 중소 상인들이 대립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 비춰 의외의 답변이었다. 반디 점장은 오히려 이런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근 영국을 방문해 영국 최대이자 세계 3위 유통업체인 테스코의 다양한 매장들을 둘러봤지만 지역 상인들과 갈등을 빚은 사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비결은 매장 오픈 전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 상인 및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지역 상생경영'에 있다. 런던 중심가에 있는 테스코 리젠트스트리트점의 조니 리틀 점장은 "매장을 열기 전 자치구와 영세상인ㆍ주민 등 지역사회와 매장 운영시간 및 판매 품목에 대한 협의를 거친다"고 말했다. 테스코 측은 줄곧 매장 오픈으로 지역 유동인구가 늘어나는데다 취급하는 상품에 차이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인근 상인들도 이득을 본다고 강조했다. 테스코가 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역사회 재건 프로그램'이다. 테스코는 이 사업을 통해 매장 오픈으로 생기는 일자리의 대부분을 지역 내 장기 실업자들에게 제공한다. 재건 프로그램으로 일자리를 얻은 빌 모스 맨체스터 치탐힐점 지역사회 담당자는 "매장 직원 280명 중 230명이 재건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했으며 119명은 걸어서 출퇴근할 정도로 매장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상품 소싱부터 진열ㆍ판매 등 유통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대부분 유럽ㆍ미국ㆍ일본 같은 선진 유통시장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선진국의 유통 매장을 둘러보면 매장 구성이나 프로모션에서 국내 점포와 다른 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지역사회 공헌과 상생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선진국과의 격차가 크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이를 알고도 애써 외면하는 측면 또한 없지 않다. 선진 유통시장에서 진정으로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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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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