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심각한 차량 결함이 생겼을 때 피해를 구제해 주는 제도적 장치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2년 7월 PL법(제조물책임법) 시행 이후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수입차의 차량 결함 분쟁을 처리하는 별도 PL상담센터조차 설립되지 않아 문제점으로지적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수입차를 샀다가 심각한 차량 결함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는 길이 거의 막혀 있는 실정이다.
국산 자동차의 경우 한국자동차공업협회 부설 PL상담센터에서 차량 결함 피해에대한 상담,교섭,알선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수입차는 자동차공업협회 PL상담센터의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수입차협회에도 그같은 기능을 수행할 별도 기구가 없어 막상 피해를 봐도 거의 속수무책인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PL법이 시행된 이후 심각한 차량 결함으로 피해를 보고 PL상담센터를 찾아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협회의 PL상담센터는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공동 자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수입차까지 도와주기는어렵다"고 말했다.
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아직 국내 수입차 시장이 크지 않아 PL상담센터를운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설립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고가의 외제차를 샀다가 반복적으로 차량 결함이 생겨도 운행 중단의 불편을 감수하며 A/S(사후보증수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년 전 최고급 수입차를 샀다가 잇단 구동장치 고장으로 한 달이 멀다하고 A/S센터를 드나든 S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S씨는 "지난 2002년 5월 최신 모델 B를 2억5천만원에 샀는데 4개월 후부터 구동장치 등이 반복적으로 고장나 지금까지 20여 차례 A/S를 받았다"면서 "같은 곳이 계속 고장날 때마다 며칠씩 차를 쓰지 못하며 수리하느라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차면 PL센터를 찾아가 피해보상을 요청하든지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는데 수입차라 A/S받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서 "이제 2년 무상수리 기간도 끝나 다시 고장나면 비싼 수리비 내고 고쳐야 할 형편"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01년 5천80억원에서 2002년 1조986억원(신장률 116%), 지난해 1조3천671억원(24%)으로 급성장해 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내수침체의 여파로 1-5월 총판매액이 5천950억원에 그쳤다.
올 들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의 평균 가격은 대당 7천만원 정도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