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BIS 9%대로 추락하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실물경기까지 위태<br>3분기 소폭 하락…3년만에 재진입 가능성<br>연말자금수요 겹치는 4분기엔 더 떨어질듯<br>은행 신용도 하락·돈맥경화 악화 불가피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9% 시대가 오나.’ 자금시장의 경색이 이어지고 자산 디플레이션 우려가 급증하는 등 금융뿐 아니라 실물시장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면서 은행의 건전성 총괄 지표인 BIS 비율이 9%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현재 10% 이상인 BIS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마른 수건을 짜내고 있지만 금융 불안, 실물 시장 침체에다 자금수요가 몰리는 연말까지 겹쳐 ‘쩐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2월에 발표될 은행권의 3ㆍ4분기 BIS 비율이 소폭 내려앉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9%대로 추락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BIS 비율은 4ㆍ4분기에도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측돼 은행들이 이에 대비하기 위해 대출을 조이는 등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 1조원 증자, 그 내막은=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행에 1조원을 증액한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기업은행에 자본금을 증액하면 지분 매각이 어려워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취한 조치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키코(KIKO) 등 중소기업 지원 발표 뒤 현장을 살펴보니 자금을 지원해야 할 은행은 BIS 비율을 유지하려고 코가 석자인 상태였다”며 “기업은행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최악의 상황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2개 은행이 키코 사태와 해외 파생상품 투자 등에서 큰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은행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에 유동성비율 규제완화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사실 때문”이라며 “연말을 맞아 자금수요가 치솟을 경우 최악의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들이 독이 될 줄 알면서도 고금리 특판 예금 판매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BIS 비율 9% 시대, 은행 신용도 치명타=3ㆍ4분기 BIS 비율은 오는 12월 초에 발표된다. 증권업계 등의 분석에 따르면 3ㆍ4분기 은행 수익은 당초 전망치보다 4%가량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ㆍ4분기 현재 BIS 비율은 시중은행 11.17%, 지방은행 11.00%, 전체 11.36% 등이다. 하지만 은행별로 보면 우리(10.39%), 하나(10.08%), 외환(10.04%), 씨티(10.50%), 농협(10.15%) 등은 10% 안팎이다. 이 중 하나ㆍ외환ㆍ씨티ㆍ농협 등은 1ㆍ4분기보다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3ㆍ4분기 들어 연체율은 상승하는 반면 수익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BIS 비율이 10% 밑으로 추락하는 은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현행 규정상 8%면 적기 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9%대로 추락하면 은행신용도 하락 등 추가적 악순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심각한 것은 한 해 결산의 의미를 지닌 4ㆍ4분기 BIS 비율도 악화할 여지가 높다는 점. 자금수요가 연말에 집중, 돈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은데다 경제 여건도 악화할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3ㆍ4분기 수치가 발표되면 정부가 이를 토대로 BIS 비율 탄력운용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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