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좌파정권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잇달아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고 있다. 우파 정권이 들어서고 있지만 재정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연정 구성 및 공약 이행 문제 등이 만만치 않아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는 게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실시된 벨기에 총선에서는 북부 플랑드르 지역의 독립을 주장하는 ‘새 블람스연대(NVA)’가 승리했다. NVA는 “플랑드르 지역 주민들의 세금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왈롱 지역 지원금으로 쓰인다”며 기존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반대해 왔다. 또 이들은 이민자 규제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NYT)는 “플랑드르 지역은 법률ㆍ보건ㆍ복지ㆍ세금ㆍ노동 등의 분야에서 지방분권을 확대하기를 바라는 반면 왈로니아 지역은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정책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NVA가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당장 독립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는 정치구조상 플랑드르 지역 정당과 왈로니아 지역 정당이 함께 연정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보다 하루 앞서 총선을 치른 슬로바키아에서도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중도우파 4개 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도우파 야당들은 이번 총선에서 그리스 지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고, 유권자들에게 그리스에 대한 지원 유보를 약속했다. 또 현 정부가 과도한 복지정책을 펼치는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다고 비난했다. 슬로바키아의 재정 적자 규모는 지난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2.3%에서 지난 해에는 6.8%로 확대됐고, 올해는 7.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중도우파도 재정난에 대해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도우파인 슬로박민주기독연맹(SDKU)의 이베타 라디코바 총재는 총선 과정에서“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세금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실시된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복지제도 축소, 고강도 재정 긴축, 이민자 규제 등을 주장한 자유민주당(VVD)이 제1당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8개 정당이 150석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 출범을 위한 연정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VVD의 마크 루터 총수는 중도 좌파 측과 연합하는, 소위‘퍼플’연정을 희망하겠지만 그럴 경우 우파 지지자를 잃게 될 수 있다”며 연정 ‘셈법’이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올들어 헝가리, 영국, 체코 등지에서도 중도우파가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하지만 헝가리의 경우 최근 집권한 피데스 측이 전 정권의 경제 성과를 깎아내리기 위해 재정위기설을 꺼냈다가 세계적인 비난을 초래했고, 영국에서는 연정을 통해 집권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막대한 재정 적자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