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실물경기 둔화, 금융부실 전이 막아라"

단계별 비상플랜 마련 착수<br>금융당국 '컨틴전시 플랜' 가동 건의도 검토


‘불황형 금융부실을 차단하라.’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고물가)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은 실물경기 둔화가 금융부실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제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권의 대출 경쟁으로 급증한 가계ㆍ중소기업 대출이 집단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4일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불황형 금융부실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지금의 상시 모니터링 감시 시스템을 위기대응 체제로 개편하는 한편 단계별 비상플랜 마련 등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이 대거 부실화하며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면서도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 무게중심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잠재된 리스크 요인에 대한 효율적 감시 및 선제적 대응을 위해 금융위ㆍ금감원이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방안 등 여러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또 기존과 다른 새로운 건전성 감독기법도 발굴하는 등 위기관리에 충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가계대출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상환능력 중심의 여신심사와 건전성 관리 ▦대기업 대출의 경우 과도한 인수합병(M&A) 대출 억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상황별로 단계별 대응책을 만들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향 조정 같은 직접적 규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또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정부가 만들어놓은 ‘금융 부문의 컨틴전시 플랜(비상조치)’ 가동을 건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비상조치를 가동하기로 한 것은 가계대출이나 중견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주식 펀드 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들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2006년 말 12.8%에서 지난해 말 12.3%, 올해 3월 말 11.9%로 하락했다. 또 중소기업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9%에서 1.0%, 1.2%로 상승했다. 국민은행연구소에 따르면 은행에서 대출 받아 집을 구입한 가구의 경우 대출이자가 2%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평균 소득이 2.5% 감소했다. 최근 2~3년 은행권의 대출경쟁 후유증이 경기둔화와 맞물릴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증시 침체도 금융권의 뇌관이다. 해외 펀드에 이어 국내 펀드까지 수익률이 더 추락할 경우 펀드를 판 은행을 상대로 불완전판매 민원이 급증,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현재 경제불안의 근본원인은 외부요인으로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며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를 평상시보다 한층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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