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방선거에서 친중 성향인 집권 국민당이 참패하면서 대만과 중국의 '양안관계'에도 냉기가 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중국과 대만의 국민당 정부가 추진해온 양안 서비스 무역협정 등 각종 경제협력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서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은 타이베이와 타이중시를 포함해 직할시 6곳 중 5곳을 야권에 내줬다. 특히 국민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이던 중북부지역 9곳에서 유권자들이 외면해 충격을 받고 있다. 최대 관전 포인트였던 타이베이시 선거에서는 야권 단일후보인 무소속의 커원저 후보가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인 롄성원 후보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번 패배로 마 총통이 국민당 주석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 총통과 함께 양안관계 회복을 주도했던 장이화 행정원장(총리)은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만 언론들은 마 총통의 사임과 관련해 오는 12월3일 열리는 국민당 중앙상무위원회에서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중국 정부에도 충격이다. 국민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참패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날 중국 정부는 대만 지방선거 결과가 양안관계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샤오광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양안 동포들이 어렵게 얻은 양안관계의 성과를 소중하게 여기기를 희망한다"며 "양안관계 발전을 함께 수호하고 지켜나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친중정책을 펴온 국민당과 달리 '대만 독립' 노선을 추진해온 민진당이 대만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며 양안관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민진당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 양안은 진먼다오를 사이에 두고 군사적 긴장관계까지 야기하며 냉각됐었다. 2000~2008년 집권한 민진당의 천수이볜 전 총통은 중국과 대만이 각각 한 국가라는 뜻의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을 주장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을 자극했다.
양안관계가 해빙 무드로 돌아선 것은 2008년 친중국 성향인 마 총통이 취임하고부터다. 마 총통은 취임 직후 전면적인 통상·통항·통신 교류의 '대삼통'을 제창하며 2010년 양안 간 자유무역협정이라 할 수 있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체결했다. 2월에는 난징과 상하이에서 분단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양안 장관급 회담이 성사됐으며 양안 비공식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마 총통의 대삼통 정책은 표심을 얻지 못했다. 최근 '쓰레기 식용유' 파동이 국민당의 지지율을 끌어내렸지만 이보다는 대만이 홍콩처럼 중국의 경제적 영향권에 들어감에 따라 일자리 축소 등을 겪고 있는 젊은 층의 반발이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양안 경제협력이 중국에 의존하는 대기업에만 유리하고 빈부격차를 키운다는 비판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당의 지나친 친중노선, 부패의혹, 실패한 경제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국민당 정부가 참패하면 당장 양안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양안 ECFA의 후속협정인 서비스 무역협정 체결 협상 등 양안협력이 계획대로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마 훙 베이징연합대 대만연구원 교수는 "마 총통의 임기 내에 ECFA의 후속협정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2016년 총선을 대비해야 하는 국민당 입장에서도 양안관계 개선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