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고 있는 소비자 의식에 맞춰 보험사들도 영업관행과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연구원의 이석호 박사는 "장기상품을 파는 보험산업은 특히 고객신뢰가 중요하다"며 "보험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판매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저축성 보험 상품은 가입 2년 내 해지율이 절반에 육박한다. 고객가입 시점에 설계사들이 선취 수수료를 왕창 가져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간에 고객이 해지할 경우 원금의 상당 부분을 돌려받지 못한다. 이 같은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당국이 최근 선취 수수료 비중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관련 규정을 바꾸자 보험사와 설계사들은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집단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당장의 판매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무엇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판매 수수료를 설계사들이 먼저 받든, 나중에 받든지 간에 이는 보험사와 설계사 간에 조정해야 할 문제인데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은 고객 중심의 보험 판매를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해부터 설계사들이 아예 판매건수와 연동해 수입을 얻는 구조를 폐기하고 자문 수수료를 수입 원천으로 하는 방식으로 바꿔버렸다. 고객 보호와 고객 입장에서 보험상품을 설계사들이 팔게 하겠다는 당국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