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갈 길 잃은 자원개발] 정권 입맛따라 춤추는 정책… '셰일' 개발 기술·노하우 사장될 판

유전사업 내년 예산도 2010년의 1/22 수준 깎여

셰일 광구개발 참여 중단… 독자기술 확보 차질

"자원개발 지금 투자 적기인데…" 중장기전략 시급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11년 4월 국내 최초로 셰일가스 사업에 참여한 미국 이글포드의 셰일가스 설비 전경. 석유공사가 현지 석유기업 애너다코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글포드 사업은 수평정 380여공에서 시추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석유공사


우리나라의 에너지·자원정책은 정부와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온탕냉탕으로 달라지고는 했다. 에너지·자원 공기업들은 이명박 정부가 밀어붙인 자원개발 드라이브에 따라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해외로 나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사업 구조조정 등 철수하기 바쁘다. 자원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며 전 세계적인 개발 붐이 불고 있는 셰일가스 개발이 예산 삭감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무려 1조1,100억원을 투입하고도 관련 예산 지원이 2년째 전면 중단돼 개발 연속성을 가지기 힘들게 됐다.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문제가 아니라 어렵게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마저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구개발 참여 전면 중단…요원해진 독자기술 확보=한국석유공사는 지난 2011년 4월 미국 석유기업 애너다코와 함께 셰일광구 지분 23.67%를 15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시작으로 셰일광구 확보와 기술습득에 팔을 걷어붙였다. 셰일가스 사업은 수평시추 및 수압파쇄기법 등 고도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관련 기술이 없는 우리로서는 셰일광구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해 기술진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예산이 전액 삭감돼 기존 사업과 신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될 상황이다. 셰일가스 개발회사 및 컨소시엄에 대한 지분참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기술을 습득할 기회도 가질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장기개발계획도 사실상 멈췄다. 2012년 '셰일가스 종합전략'에 따라 만들어진 셰일가스 민관협의회는 올해 들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못했다. 오는 2020년까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의 20%를 셰일가스로 확보해 천연가스 도입선을 다원화한다는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셰일가스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기존에 투입된 1조원 이상의 돈을 후속사업의 차질로 허공에 날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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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유전개발 예산, 2010년 대비 22분의1 수준=전반적으로 유전개발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셰일가스 기술 개발 등의 비용이 포함된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은 2010년 1조2,555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 1,700억원으로 줄었고 내년에는 그마저 줄어 570억원으로 책정됐다. 가장 많았던 2010년과 비교하면 내년 예산은 22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해외자원개발 융자와 해외자원개발조사 예산도 급감했다. 해외자원개발 융자는 올해 2,006억원에서 내년 1,438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원개발조사 예산 역시 2011년 100억원을 기록한 뒤 매년 줄어 내년에는 67억8,700만원에 그쳤다. 정치권이 자원개발사업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원개발도 정쟁의 대상으로 보고 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에너지·자원 개발은 통상 20~30년 앞을 바라봐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성과만을 보다 보니 예산 줄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더 늦으면 투자기회 없어…중장기 전략 짜야=에너지·자원 개발이 단기성과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중요한 투자기회조차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셰일가스 개발이 사실상 중단된 석유공사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일머니와 셰일가스의 대결로 요약되는 최근의 상황이야말로 투자의 적기"라며 "미래자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자원개발을 바라봐야 하는데 당장의 성과만 중요시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중장기 마스터플랜 아래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기중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원개발이 공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눈앞의 이익을 좇기보다 장기적 목표를 갖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나중에 실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선진국의 에너지 개발 역사는 100년이 넘는데 우리는 겨우 20년 정도"라며 "지금은 실적과 회수율을 따지기보다 기술개발 노하우를 쌓는 등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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