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약업계 혼란 부채질하는 복지부


일반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진통소염제나 피임약 등 일반의약품을 한(韓)약국에서도 팔면서 약사와 한약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약사들은 약사법 제2조의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 업무를 담당하는 자'라는 점을 근거로 한약사들이 양약의 범주에 속하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한약사들은 같은 법의 '약사와 한약사는 약국을 차릴 수 있다(제20조)' '약국은 일반의약품을 팔 수 있다(제50조)'는 두 조항을 들어 문제가 없다고 외친다.


같은 법을 양쪽이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며 충돌하는데 중간에서 명확하게 판단해 교통정리를 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되레 과별로 다른 해석을 제시해 혼란만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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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7일 복지부 한의약정책과는 대한한약사회에 보낸 공문에서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시 현행법상 처벌규정은 없다"며 한약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보다 9개월 앞선 지난해 10월 복지부 약무정책과가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한약사는 한약제제를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다.

복지부 두 과의 의견을 종합하면 "한약사가 한약이 아닌 일반의약품을 다루는 것은 옳지 않지만 처벌할 수 없다"로 정리된다. 이도 저도 아닌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약사와 한약사들의 논쟁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문제에 대해 알고 있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태껏 뒷짐만 져온 정부가 얼마나 명쾌한 답을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이 갈등을 만든 장본인은 복지부다. 정부는 한방의약 분업을 염두에 두고 1995년 한약사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한의사들의 반대로 분업이 물거품이 되면서 2,000여명에 달하는 한약사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았고 결국 한약사들이 일반의약품까지 취급하게 된 것이다.

한의사와 약사·한약사가 연관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내버려두는 것은 더욱 안 될 말이다. 복지부가 언제까지 직무를 유기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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