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은행 대출 축소 서민피해 없도록

당국이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 또 무리수를 두었다. 무거운 세금부과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이번에는 아예 대출창구를 옥죄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인상에 이어 대출총량까지 규제하기로 함으로써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물론 지구촌이 과잉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과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국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대출창구부터 닫아놓고 보자는 이 같은 조치가 집값안정에 얼마만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정작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만 더욱 힘들게 하는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접근방법도 바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공개적으로 발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창구지도형식을 통해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명확하지 않다. 겉으로는 ‘영업경쟁 심화에 대응한 리스크관리’를 당부하지만 정작 실내용은 신규대출의 축소다. 그러다 보니 일선창구에서 어떤 기준으로 대출을 심사해야 할 지 혼선을 빚고 있다. 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 잇따른 규제에도 담보대출이 늘어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과다한 세금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해 기존 대출을 새로운 대출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달에 1조~2조원의 은행대출을 줄인다고 해서 과다유동성문제가 해소되는 것도 아니다. 행정도시ㆍ혁신도시 등으로 올해 토지보상금으로 정부부문에서 풀리는 돈만 20조원에 이른다. 정부부문의 지출이 유동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민간부문만 옥죈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조치로 정작 돈이 아쉬운 서민들만 더 힘들게 됐다. 돈이 꼭 필요한 사람은 비은행권이든 사채든 어떤 식으로든 돈을 마련할 것이고 은행보다 더 비싼 수수료와 금리부담으로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 뻔하다. 서민은 물론 중산층의 내집마련 기회도 멀어지고, 가뜩이나 힘든 주택거래와 분양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 여당이 서민경제 ‘올 인’을 약속해 놓고 서민을 어렵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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