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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살리면서 무리한 사업 차단… 서울 개발 패러다임 바꾼다

■ 새 도시개발 모델로 떠오른 사전협상제<br>시-민간사업자 파트너십 구축<br>용도변경 통해 부족한 땅 확보<br>고덕 승합차고지 사업 첫 결실

용산역세권개발 등 매머드급 민간사업들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속도를 내면서 이를 위해 지난 2009년 마련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가 주목 받고 있다. 2009년 개장돼 이 제도의 단초를 제공했던 영등포 타임스퀘어 전경. /사진제공=영등포구청


지난 2009년 9월10일 문을 연 영등포 타임스퀘어. 원래 이곳은 ㈜경방의 영등포공장 용지(4만4,000㎡)와 경방필ㆍ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서 있던 곳이다. 부도심에 걸맞지 않게 낙후된 곳으로 인식되던 이곳은 호텔과 사무동ㆍ백화점ㆍ멀티플렉스영화관ㆍ쇼핑몰 등이 들어선 건물 7개동과 공원 녹지가 한데 어우러진 37만㎡ 규모의 대규모 유통단지로 탈바꿈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만 20만명에 달한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서울 서남부 중심상권으로 거듭난 타임스퀘어는 대규모 민간부지 개발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또 1만㎡ 이상의 대규모 개발가용지에 대한 합리적 개발을 위한 서울시의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의 단초를 제공했던 사업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2009년부터 추진했던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의 첫 결실이 지난해 10월 맺어졌다. 강동구 고덕동 서울승합차고지 사업계획이 지난했던 협상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통과한 것이다. 또 용산관광버스터미널 개발사업도 상반기 내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단군이래 최대 사업이라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비롯한 매머드급 민간 사업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는 와중에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속도를 내면서 사전협상제도가 새로운 도시개발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서울시도 사전협상제도 개선방향을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해 서울시의 개발 밑그림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서울시와 사업시행자 서부T&D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에 소재한 1만9,153㎡의 용산관광버스 터미널에 2,300여실의 국내 최대 규모의 비즈니스호텔을 짓기로 한 사업계획의 협상정책회의가 2월 중 열릴 예정이다.

협상정책회의는 해당 자치구인 용산구와 서울시 관련부처에서 협상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 회의를 거쳐 사전협상의 마지막 단계인 감정평가에 돌입하게 된다. 서부T&D관계자는 "도시건축공동위 자문까지 다 끝내고 감정평가를 앞두고 있다"며 "협상이 종료되면 빠르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고 5월 정도에 도시건축공동위 의결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땅 부족한 서울의 개발해법=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는 개발가능한 부지들의 합리적인 개발을 위해 2009년 서울시가 도입한 제도다. 활용가치가 떨어진 기존 용도의 1만㎡ 이상 대규모 땅을 용도 지역 변경을 통해 개발해 부족한 도시용지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 개발이 가능한 1만㎡ 이상 부지는 총 96개소 394만㎡에 달한다. 이중 공장ㆍ터미널 등의 민간소유부지는 39개소 124만㎡이고 공공기관 이적지 및 철도부지 등 공공소유부지는 57개소 270만㎡다. 부지면적으로만 따져도 37만㎡의 용산국제업무지구 10개가 들어갈 만큼의 개발가능 부지가 서울시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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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협상제도는 순수 민간사업인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과 방식이 다르다. 민간사업자가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 타당성 검토를 거친 뒤 서울시가 일종의 파트너의 지위에서 구체적 사업계획과 공공기여 방안 등을 놓고 사업자와 협상을 하게 된다.

공공성을 가미하면서도 무리한 사업추진을 구조적으로 차단해 안정적으로 개발사업 운영이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2009년 도입 당시 서울시에 도시계획변경을 신청한 1만㎡ 이상 대규모 부지 30곳 중 16곳이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됐고 현재 실무협의ㆍ협상 중인 곳과 사업승인이 완료된 곳이 각각 9곳과 1곳이다.

사전협상 대상지 중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강동구 소재 서울승합차고지다. 당초 버스차고지로 사용되다 2002년 차고지 이전 후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아 10년간 방치돼왔던 이곳은 지상 35층 높이의 복합건물 3개동이 지어질 예정이다. 공동주택 494가구, 오피스텔 100실을 비롯해 업무ㆍ판매ㆍ문화체육시설 등이 들어선다.

이 밖에도 지하철2ㆍ9호선과 경의선이 지나는 홍대입구역에 대규모 쇼핑센터와 500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을 짓는 홍대민자역 사업도 서울시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 서울시와 활발한 협상을 벌였던 성동구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는 최근 시가 발표한 50층ㆍ200m 빌딩에 대한 '초고층 건축 관리 기준안' 등으로 협상이 멈춰 있는 상태다.

◇사업협상제도 개선 내용이 관건=아직 협상에 들어서지 못하고 제안서 검토단계에 있는 사업지들은 서울시의 사전협상제도 개선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정책방향이 공공성 확대에 있어 늘어나는 용적률의 60%에 달하는 기부채납률이 더 높아져 사업성이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일단 시는 향후 사전협상제도로 개발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 평가를 보다 철저하게 하고 공공기여 부분도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내용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전 타당성 평가를 철저히 해서 사전협상 과정에서 소요되는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며 "공공기여 총량도 기본이 늘어나는 용적률의 60%이지만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해당 건축물의 시설이 아닌 실제적인 공공기여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ed.co.ke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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