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혁신 3개년 계획-경제팀 팀워크 또 파열] 자기 공만 챙기는 부처 … 불협화음·조급증·과욕에 신뢰 흠집

부총리 도입했지만 시어머니 많아 리더십 한계

정책발표 창구 일원화·협조 안되면 페널티 줘야

현오석(왼쪽 두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세종청사'와의 영상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박근혜 정권 경제팀의 팀워크가 지난 25일 '경제혁신3개년계획' 발표를 계기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서게 됐다. 계획 수립부터 발표 이후에 이르기까지 부처 간, 정부·청와대 간, 정부·여당 간 비협조와 불협화음이 끊이지를 않아 정책에 대한 국민적 혼란이 가중된 탓이다.

3개년계획은 현 정부가 임기 내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최우선순위 정책들을 엄선했다는 점에서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할 정권의 경제팀 스스로가 주요 현안들을 놓고 서로 갈팡질팡하면서 3개년계획의 신뢰성 자체에도 흠집이 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3개년계획 수립·발표 과정에서 노정된 문제점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경제팀의 결속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제 공은 챙기고 협조 미루는 부처들=이번 3개년계획 수립 과정에서 가장 먼저 노정된 문제는 경제팀의 협업 부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3개년계획 마련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소관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중 상당수가 수립시한 중반까지도 안건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연초부터 3개년계획 수립을 지시했지만 거의 2월 초가 될 때까지도 각 부처가 발제한 안건들은 대부분 혁신과는 거리가 먼 일상적인 부처 업무보고 내용이거나 이미 추진해온 사항들을 재활용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도 "굵직한 내용을 일찍 주는 부처가 많지 않아 결국 우리 부(기재부)가 잠정적으로 검토해뒀던 내용들로 3개년계획을 상당 부분 채워갈 수밖에 없었다"며 "작업 후반부가 돼서야 (할당량 채우듯이) 뒤늦게 자신들의 아이디어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부처들이 있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도 "솔직히 3개년계획 수립시점이 각 부처별 업무보고 시점과 겹치다 보니 아무래도 각 부처가 자신들 업무보고 챙기기에 바빠 기재부와의 협의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직설적으로 꼬집자면 각 부처가 자신들 공을 챙기기에 바빠 타 부처와의 협조에는 소홀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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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제팀 내 협조와 소통 부족, 지연 속에서 3개년계획이 짜이다 보니 최종 발표 내용을 둘러싼 부처 간 온도차는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3개년계획이 실천계획이었기 때문에 각 부처가 미온적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엇을 하느냐(What to do)'보다는 '어떻게 실행하느냐(How to do)'를 내놓아야 하는 계획이므로 각 부처의 고민이 깊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감안할 때 오히려 협업은 잘 됐다고 현 부총리는 자평했다.

◇'시어머니' 간섭에 끌려다닌 경제정책=3개년계획 혼선의 발단은 부처 간 협업 부재였지만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청와대였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켜 경제팀의 사령탑 역할을 맡겼지만 정작 중요한 경제정책 발표 고비 때마다 실질적인 정책조율은 청와대 경제수석실이 주도하기 일쑤였다. 이번 3개년계획도 사정은 비슷했다. 더구나 발표 방식이 대통령 담화문 형식으로 정해지면서 최종 담화문 발표 과정에서 현 부총리가 끼어들 여지가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주 후반께 이뤄진 새누리당과 정부의 당정협의 과정에서도 정부의 3개년계획이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선거 등을 감안해 지역민심이나 이해단체 등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권 치적 쌓기 조급증이 졸속 발표 초래=애초 3개년계획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너무 조급증을 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1차 5개년계획만 해도 공식 작업 착수 후 거의 6개월 동안 작업을 해 최종안이 발표됐다. 반면 이번 3개년계획은 대통령 지시에서부터 공식 발표까지 2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무리하게 일정을 짜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색이 3년짜리 중기 계획이다 보니 무언가 거창하고 중요한 내용이 들어가야 했고, 결국 시간은 촉박한데 과욕까지 더해져 계획 수립·발표 과정에 혼선이 이어졌다는 게 이번 작업에 참여한 주요 부처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3개년계획 혼선사태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팀의 최종 입장 발표 창구를 부총리로 일원화하고 정부부처 업무평가시 협업 여부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물어 미진한 부처에는 페널티를 매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청와대도 부총리, 여당 간의 협업시 권한과 협의절차를 보다 명확히 구분하고 투명화하는 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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