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얼~씨구 품바 다시 돌아왔네

대학로 ‘상상 아트홀’<br>역대 인기 품바 박동과·김기창씨 다시 무대에<br>특유의 해학에 한일 외교문제 풍자까지 곁들여


“어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 씨구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소.”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누더기 한복 윗도리에 구멍 난 벙거지와 에어로빅 토시 차림의 품바 박동과가 무대와 객석사이를 바쁘게 움직인다. 2년 만에 돌아온 품바는 지금까지 품바 중 최고 인기를 누린 3대 박동과와 7대 김기창 등 국가대표급 품바들이 무대를 이어간다. 거기다 2대 고수 김태형의 구성진 타령과 말솜씨가 맛깔스럽게 버무려진다. 품바의 묘미는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낮은 곳에서 바라본 특유의 해학과 풍자 그리고 한바탕 신명을 관객들도 함께 우리의 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다 얻어먹고 사는 법이지. 거지가 있어서 너희들이 좀 나아 보이는 것일 뿐. 결국 우리가 너희에게 적선을 하는 거야”라며 관객들에게 한바탕 호통을 치는가 하면 “아가씨 꺼 보니 끌리오, 짖는 개 보니 무섭소 어허 품바가 잘도 헌다. 어허 품바가 잘도 논다”로 시작하는 ‘해방가’ 등 흥겨운 타령과 민요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고수 김태형이 꽹과리와 북을 한번에 같이 두드리는 묘기에 가까운 장단 맞추기도 볼거리다. 1,240회 최다 출연과 연극적인 해석이 특징인 3대 품바 박동과는 장년층에게 인기다.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관객들은 오랜만에 무대와 하나가 되어 품바를 완성시켰다. 품바와 즉흥적인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장단에 맞춰 타령을 함께 부르며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보낸다. 관객들 중 무작위로 뽑힌 즉석 품바의 연기는 감상에 그치지 않고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좁힌 한국적인 연출로 웃음을 자아낸다. ‘품바’는 일제 식민지시대부터 자유당 말기까지 전국을 떠돌며 살다간 각설이패 대장 ‘천장근’의 인생역정을 각설이 타령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풀어낸 한국판 모노드라마다. 81년 고 김시라의 원작과 연출로 그의 고향 전남 무안군 일로면 일로 공회당에서 정규수씨가 1대 품바를 맡아 초연된 후 최종원, 김호정, 박해미 등 걸출한 배우들을 배출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복잡한 한일 외교문제, 서민들의 팍팍한 삶 등의 이야기를 잠깐씩 건드리고 지나간다. 대학로 상상 아트홀(블루) 계속공연 (02)741-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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