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벌레에 빠져사는 학자의 흥미로운 곤충이야기

■ 벌들의 화두 (메이 R. 베렌바움 지음, 효형출판 펴냄)



영화 '양들의 침묵'에는 여주인공 스탈링(조디 포스터)를 도와 연쇄살인범을 쫓는 곤충학자가 등장한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곤충학자 노블 필쳐의 인상은 그야말로 비호감. 미간은 매우 좁고 눈은 사시였다. 책의 저자에 따르면 마치 마귀 같은 이미지라고 한다. 저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곤충학자들은 대개 이런 모습이라고 한탄한다. 책은 징그럽게 기어 다니는 벌레를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친 곤충학자의 생활과 그들이 전하는 곤충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를 두고 학계에서는 세계적인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에 비견할 정도라며 '여자 윌슨'이라 칭한다. 그는 현재 미국 일리노이대 곤충학 과장으로 근무하며 쉽고 재미있는 '곤충 에세이'를 정기적으로 발표해 대중에게도 꽤 알려진 편. 책은 1991년부터 1999년까지 그가 쓴 에세이를 모아 발간된 것. 곤충학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학술적이거나 전문적이지는 않다. 흥미로운 읽을 거리들로 채워져 있다. 개미를 14년 동안 키우면서 곤충의 수명을 연구했다는 한 학자의 일화에선 과학자들의 집념이 느껴진다. 저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매일 일정량의 메탄을 내뿜는 흰 개미를 고발하기도 한다. 한 과학자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에 존재하는 메탄 농도의 30%는 흰개미들이 내뿜은 것이라고 한다. 곤충학자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흥미롭다. 곤충학자들은 수 세기동안 동시대 사람들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오래 살았다고 한다. 1685년 독일 브레슬라우에선 곤충학자들이 당시 남성 수명인 34세에 비해 거의 두 배를 살았다고 하고, 1969년 미국 곤충학자들의 수명은 70.89세로 다른 모든 직업군을 뛰어넘는 수치였다고 말한다. 다만 한 가지 단점. 가정의 화목은 이루기 어렵다고 한다. '만날 벌레에 빠져 사는 데다 박봉(薄俸)이니 누가 좋아하랴' 이렇게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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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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