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했던 그리스가 결국 2차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더불어 민간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채를 자발적으로 차환 및 만기 연장해주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지원패키지는 이처럼 '돈 더 꿔주기'와 '빚 부담 줄여주기'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이러한 전례 없는 지원은 '그리스가 무너지면 유로존도 무너진다'는 공포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방법들이 최선일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2012~2013년 국채 만기규모가 700억유로를 넘는다는 점을 들어 2차 구제금융의 규모로 600억~700억유로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슈피겔지는 최근 그리스가 오는 2014년에도 시장복귀가 힘들 것이라며 1,000억유로 이상의 지원을 전망했다.
그리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스가 언제부터 경제를 성장시켜 자기 힘으로 빚을 갚아나갈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그리스 경제는 지난 1ㆍ4분기 0.8% 성장하기 전에 무려 11분기 연속 뒷걸음쳤다. 지난 2월 실업률은 15.9%로 사상 최악이다.
이처럼 경제가 거덜난 나라에 돈 더 꿔주고 빚 부담 줄여주겠다며 '적자 줄이라'고 마구 팔을 비틀면 과연 빌려준 돈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돕는 셈치고' 그리스 제품 사주기 캠페인을 벌이면 어떨까. 그리스 국영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는 유럽 기업들이 '현지인 고용 보전'을 약속하면 해당기업의 정부가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은 어떨까.
자유시장 경제에서 이러한 시혜가 가능하냐는 반박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골병 들고 있다'는 지적에도 악성채권인 그리스 국채를 계속 사주고 있다. 유로존 재정통합의 경우 적어도 초기에는 독일 등 재정 건전국가들이 그리스에 엄청난 재정이전을 해줘야 한다. EU는 이미 평상시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전례 없는 지원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가 가혹한 긴축정책을 통해 빚을 줄이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제는 그리스가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방안 역시 모색해야 한다. 그리스를 진정 살리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