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쥐꼬리와 월급봉투

무자년(戊子年) 쥐띠 해다. 설치류에 속하는 쥐의 종류는 약 50여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쥐는 사람이 먹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잘 먹는 잡식성 동물로 번식력도 왕성하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약 8천억마리의 쥐가 살고 있다고 한다. 쥐 개체 수가 줄지는 않았을 텐데 요즘 도시에서 쥐를 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20~3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쥐와 함께 집 안에서 동거하며 지냈다. 수챗구멍을 들락거리고 마당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쥐와의 어릴 적 조우는 무섭다기보다는 징그럽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방 안 천장이 놀이터인양 우당탕거리며 뛰어다니는 쥐가 혹시 뚫어진 천장구멍에서 방바닥으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겁이나 빗자루로 천장을 툭툭 쳐 쥐를 쫓던 기억이 새롭다. 천장ㆍ부엌ㆍ다락ㆍ창고ㆍ벽ㆍ시궁창ㆍ땅 속 등 어두운 곳이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서식하는 쥐는 사람과 가까이 살지만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다른 동물에 비해 쥐와 관련된 이야기와 속담이 유난히 많다. 그 중에서도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는 속담은 지쳐 사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쥐구멍에도 볕 들 때가 있듯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결코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살다 보면 기쁜 날도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인생은 쥐구멍처럼 컴컴한 날이 있는가 하면 ‘쨍 하고 해 뜰 날’도 있기 마련이니 인내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해나가자는 의미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김상국씨의 1965년 데뷔곡도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였다. 부산 출신인 김씨는 그 후 ‘쾌지나 칭칭나네’ ‘불나비 사랑’ 등의 후속곡으로 히트를 치며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가 됐다. 쥐꼬리와 월급봉투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쥐꼬리와 월급봉투가 언제부터 관계를 맺었는지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아마 지난 1960년대 초부터 시작된 쥐잡기 운동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당시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 식량을 축 내는 쥐는 박멸의 대상이었다. ‘오늘은 쥐약 놓는 날’이라며 날 잡아 쥐약 놓기가 전국적 행사로 실시됐고 학교에서는 쥐를 잡은 뒤 꼬리를 잘라 오라며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못살고 무지하던 시절의 코미디 같은 풍경에 헛웃음이 난다. 쥐 잡기에 나섰던 학생들이 어른이 된 뒤 얄팍한 월급봉투를 옛날 자신들이 숙제로 학교에 가져갔던 쥐꼬리에 비유하게 된 것이 유래라는 게 그나마 그럴듯하다. 2006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 근로소득 연말정산 인원 1,190만명 가운데 실제 소득세를 낸 근로자는 611만명에 달하고 580만명은 소득세 부담이 없는 것으로 추산됐다. 울산 지역 근로자의 평균급여가 4,234만원으로 전국 최고였으며 인천 지역 근로자가 3,216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전국 평균 급여는 3,663만원으로 나타났다. 봉급쟁이 가운데 자신의 봉급에 만족하면서 사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자신의 월급봉투가 가볍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월급쟁이들은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한 달을 산다. 봉급날마다 아내는 그 쥐꼬리를 어떻게 잘라야 한 달을 잘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러나 돈 때문에 일하는 사람과 꿈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다르다. 미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돈만 보고 일하는 사람보다 마음 속 지갑은 훨씬 더 두둑하다. 새해 출발부터 한국을 둘러싼 세계 경제환경이 녹록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유가가 한때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경제운용의 어려움이 우려된다. 물가도 심상찮고 내수부진도 걱정돼 서민들로서는 더욱 힘든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새 정부는 민생경제와 교육을 정책의 2대 화두로 삼았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무자년 새해, 쥐구멍에 볕 들 듯이 국운도 융성하고 기업도 잘 굴러가 쥐꼬리 봉급이 아니라 황소 몸통이 들어가도 넉넉히 남는 두둑한 월급봉투를 받으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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