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기술은 생명체… 스스로 진화하고 성숙해진다

■ 기술의 충격 (케빈 켈리 지음, 민음사 펴냄)<br>"더 이상 인간이 통제·지배 못하는 대상<br>기술이 원하는 것 아는 者가 미래 지배"




"기술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다. 나는 온라인망이 사람들을 다른 식으로는 결코 접하지 못했을 생각, 개념, 타인과 연결하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박식한 사람들이 글쓰기가 죽었다고 문화적 선언을 하던 바로 그 순간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지금까지 인류가 썼던 것보다 더 많은 글을 온라인에서 쓰기 시작했다. " 세계적인 IT 전문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이자 초대 편집장이었던 케빈 켈리는 기술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의 집에는 10살 때까지 텔레비전이 없었고 대학교 중퇴 후에는 10여 년 간 낡은 청바지 차림으로 오지를 여행했으며 27살 무렵에는 숲이 우거진 벽촌에 들어가 직접 참나무를 베어 집을 지었다. 하지만만 기술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려면 사슬 톱이 필요했고 여행을 하려면 비행기를 이용해야 했으며 오지에서 항생제는 그의 목숨을 구했다. 책은 기술 외면자에 가깝던 저자가 기술 옹호론자로 전환하게 된 과정, 우리가 기술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한 저자의 설득을 담았다. 기술의 역사부터 진화 과정,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방대한 이야기를 7년 간에 걸친 자료 조사와 고찰로 담아냈다. 저자는 기술의 복잡한 특질을 설명하기 위해 '테크늄(technium)'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창안한다. 그는 1994년 펴낸 저서 '통제 불능(out of control)'에서 기술적인 시스템이 자연의 계를 모방하기 시작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세계적이며 대규모로 연결된 기술계(system of technology)를 가리키는 단어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테크늄은 하드웨어를 넘어서 문화, 예술, 사회제도 등 모든 유형의 지적 산물들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제 테크늄이 우리 세계에서 자연처럼 위대한 힘이며 테크늄에 대한 우리의 반응도 자연에 대한 반응과 비슷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은 기술이 독자적인 존재로 성숙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자기 창조와 자기 조직화라는 기술의특징을 부각시키면서 기술이 더 이상 인간의 통제와 지배 아래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심리학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의 표현을 빌려 기술을 '제2의 자아'라고 말한다. 기술은 독립된 개체인'남'이자 우리가 창조한 '또 하나의 자신'이기 때문에 자율적이면서도 우리의 집단 마음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과거의 기술은 지시대로 따르는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단순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따금 자신의 충동을 따르곤 하는 아주 복잡한 '생물'과 더 흡사해져 있다고 설명한다. 이런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그 행동을 이해하고 기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기술이 또 하나의 '생물'로서 효율성이나 기회, 다양성, 자유 등 생명이 원하는 것을 똑같이 원하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기술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만이 미래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은 기술이 원하는 것에 관한 '보고서'라며 사람들이 기술의 축복을 최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할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라고 조언한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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