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어딜 보나 악재뿐… 증시 기댈 곳이 없다

그리스 디폴트에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까지…기업실적 불안감도 확대돼

유로존 위기로 4일 국내 증시와 환율이 하루 종일 급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서울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의 한 딜러가 머리를 감싸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호재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가 또다시 엄습하면서 국내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다 3ㆍ4분기 어닝 시즌을 눈앞에 두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어 투자자들로서는 그리스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정되기를 바라고만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단시일 안에 끝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 외부 악재의 추이에 따라 출렁거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63.46포인트(3.59%) 떨어진 1,706.19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100포인트 넘게 추락하며 1,658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지수방어에 나선 연기금이 2,409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덕택에 간신히 1,700선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날 증시를 떨어뜨린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주말 동안 그리스 디폴트 위기가 커지며 유럽과 미국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리스 정부의 올해와 201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예상치가 지난 7월 각각 7.6%. 6.5%에서 8.5%, 6.8%로 상향됐고 2012년 GDP 성장률은 이전 0.6%에서 -2.0%~-2.5%로 낮춰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것이다. 독일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추가 증액과 EFSF레버리지를 통한 유로 채권 매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과 중국의 9월 제조업구매관리지수(PMI)가 기대에 못 미친 점, 미국 개인 소득이 22개월만에 감소세를 나타낸 것도 경기둔화 우려를 부추기며 증시 악재로 작용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들이 지난 8월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 증시를 위협하면서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그리스 문제 해결을 두고 독일과 프랑스 등 각국 정부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BNP파리바, 미국의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은행들의 신용위험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상황이 더 꼬여가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가 몸살을 앓으면서 수출 위주의 국내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업 실적 추정이 가능한 105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증시 폭락 직전인 8월 초와 이날 현재를 비교할 때 예상 영업이익은 10.63%, 순이익은 11.41%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단 두 달만에 예상 수익의 10%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며 국내기업 실적에 대한 의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외부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마저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증시에 호재는 없어 보인다”며 “유럽 재정위기는 단순히 해결되기 어렵고 후유증도 가볍지 않은 만큼 해외 변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증시도 일희일비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국내 채권시장은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리가 하락하는 등 안정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자금 유입에 이날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10년물 등 채권 금리는 0.09~0.15%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환율과 유럽발(發) 악재가 해소되지 않아 국내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부각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아직까지 환율이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내 채권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안착했다고 하기는 힘들다”며 “다만 대규모 이탈이 줄었고, 금리 부분에서 매수 용의가 있는 외국인과 기관 등 대기 수요자들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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