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경제 100% 능력발휘 못해"

수요위축이 원인…기업인 투자근성 되살릴 정책 필요

“한국경제는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6일 중앙공무원교육원 제12기 고위정책과정 강연에서 우리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미래에 쓸 능력과 실력을 잘 배양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재 능력조차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총장은 “한국경제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요위축 때문”이라며 “수요를 구성하는 민간소비와 정부지출ㆍ수출은 모두 늘리는 데 한계에 와 있지만 여유가 있는 투자가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투자가 살아야 수요가 늘고 결국 생산능력도 최대로 발휘돼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활성화 방안으로는 정부가 투자에 대한 기업인의 ‘동물적 근성(Animal Spirit)’을 북돋아주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학자 케인스의 말을 인용, “투자는 ‘야성적 충동’의 함수”라며 “투자는 최고경영자의 통찰력과 결단에 의한 것이지 결코 기업 기획실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경제를 살리는 길은 기업인의 투자마인드 고취가 최선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총장은 또 “현 경제가 미시와 거시 모두 나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금 경제가 기업수익률ㆍ금융부실 등 미시적 지표뿐 아니라 성장ㆍ고용ㆍ물가 등의 거시적 지표도 안 좋다”면서 “2년 전만 해도 거시지표만은 좋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소위 ‘뉴딜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총장은 “경제 체질의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을 지속하면서 경기부양책도 함께 써야 한다”고 설명하면서도 “부양책은 고전적인 재정ㆍ통화정책 범위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를 벗어난 정책은 안하는 게 좋다”고 꼬집었다. 한 고위공무원이 양도세 중과 시기와 관련, 정부의 정책혼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 총장은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재산세 관련 세율은 낮은 편이어서 인상될 필요가 있으나 IMF 외환위기 시절만큼 어려운 현 경제상황에서 중과세를 해 소비를 위축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사실상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부총리와 이정우 청와대 정책위원장은 양도세 중과와 관련, 각각 ‘당분간 유예’와 ‘내년 1월 즉각 실시’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또 조만간 개각이 있을 경우 요청이 있다면 참여하겠느냐는 물음에 “준비도 안돼 있고 저보다 훌륭한 분들도 많다”며 사양할 뜻을 비춘 뒤 “문제는 훌륭한 사람은 많은데 주변에서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 청와대 및 여당의 과다한 정책 간섭에 일침을 놓았다. 참여정부 출범 초 한국은행 총재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정 총장은 추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과거 금리인하를 강력히 주장했고 금리가 그동안 실제 많이 내렸다” 면서 “그러나 현 이자율은 너무 낮아졌다고 여겨질 만큼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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