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배낭여행 보다 국내에서 취업을 위한 준비와 토익공부에 전념할 계획입니다.” 대학생 이정우(서강대 4년)씨는 올 여름방학 해외 배낭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인턴연수 등 취업을 위한 시간에 더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경기악화와 취업난이 더욱 극심해진 탓으로 특히 올해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보다 취업하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까지 겹쳐 대학생들의 발을 국내에 꽁꽁 묶어두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몇 년간 유행했던 배낭여행 `문화` 자체가 퇴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여행대신 취업준비=몇년 전까지만 해도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던 해외 배낭여행이 서서히 퇴조하는 대신 취업을 대비한 `실속형` 여름 나기가 부상하고 있다.
대학생 박재영(고려대 4년)씨는 “군대 다녀오기 전만 해도 과외다 뭐다 해서 돈을 번 다음에 동남아시아나 유럽여행을 다녀올 생각들을 많이 했지만 요즘 실업난이 심각해서 그런지 취업공부를 하거나 아르바이트, 인턴 등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설명회 뿐 아니라 인턴 설명회도 열리는데 그런 현수막이 걸리면 미어터지도록 사람이 몰려든다”면서 “일부 기업에 아르바이트로라도 들어가서 현장 실무를 익힐 기회를 찾는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취업이 목전에 놓인 고학년 뿐 아니다. 저학년 중에서도 방학을 알뜰히 보내려는 실속파들이 늘고 있다. 정효은(연세대 1년)씨는 “이번 방학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3개 외국어 학원에 다닐 계획”이라며 “여행은 기말고사가 끝난 뒤 2주 정도로 국내로 다녀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낭여행 30~50% 감소=해외 배낭여행족의 감소는 여행업계에서 감지된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지난해 보다 고객들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아우성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지난 해보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대학생의 수가 30%~50%정도까지 줄었다.
김우용 투어비스의 과장은 “재작년만 해도 배낭여행이 당연히 한번쯤은 가봐야 하는 코스였는데 올해는 시기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그리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농주 연세대 취업담당관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방학 때면 해외연수나 여행을 많이 갔는데 작년부터는 기업체에서 직업경력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는 경향이 강해 실속을 차리자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올해는 인턴십이나 파트타임 등에서 기회를 갖기를 원하는 학생이 상당히 많이 늘고 있다”며 “이는 저성장 경제상황에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