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내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국정을 책임진 정부, 그것도 모든 국민들의 참여를 모토로 한 참여정부의 출범 1주년인 만큼 모두가 경축할 일이지만 그런 분위기가 영 아닌 듯싶어 안타깝기만 하다.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몇 개월째 30%대 수준에서 맴돌고 있으니 축하를 하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반면 그러거나 말거나 대통령과 청와대는 당초 생각하고 목표로 했던 길을 가겠다며 외부의 평가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측의 `천지개벽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와 개혁이 있었다`는 발언이나 `대한민국은 뚜벅뚜벅 가고 있다`는 자체평가서가 이런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대통령과 국민간의 코드 불일치
청와대의 자체평가를 자화자찬이라고 치부해버릴 일은 아니다. 실제로 권력의 권의주의 탈색, 공직 인사시스템 개선 등 각 분야에서 많은 개혁작업이 이뤄지거나 진행 중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국민들간에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인식의 `코드`가 안 맞아 그것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공허하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여론조사든 하나같이 국민들은 경제회생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으며 노 대통령이 가장 잘못하고 분야로 경제정책을 들고 있다. 국민들은 곡간이 텅텅 비어 있고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채워넣느냐를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여기에는 별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그 대신 낡은 지붕을 걷어내고 마당에 오랫동안 쌓여 있던 쓰레기를 치워 집이 깨끗해졌다고 외치고 있는 형국이니 그게 국민들의 귀에 들어올 리 없는 것이다.
지금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는 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동안은 그렇다 치고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확신이라도 서면 그나마 덜 힘들텐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5%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러시아ㆍ브라질ㆍ타이 등 우리와 비슷한 여건에 있던 나라들까지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와 기세를 올리고 있는데 우리만 맥을 못추고 있으니 억울하다 못해 화가 날 일이다. 경제난이 외부환경이 아니라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맹비난을 받아도 정부로서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실제로 대학의 경영학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경영학회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부동산정책 빼고는 성공한 게 없다는 혹평을 내놓았고 수백명의 경제학 교수들이 사상 유례없는 경제시국성명을 발표하며 리더십 부재를 질타하고 나서기도 했다.
경제, 결국은 노 대통령에 달려 있어
결국 경제회생은 어떤 개혁정책보다도 우선돼야 할 상황을 맞았다고 할 수 있고 때마침 경제팀의 면모도 일신됐다. 경제팀 교체는 정부ㆍ여당의 총선 `올인` 전략에서 이뤄진 측면이 강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것은 아닌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능력을 의심하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카리스마와 리더십, 해결사, 구조조정의 전도사, 실물과 이론의 겸비 등등 그에 대한 평가를 듣다 보면 경제가 절로 잘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될 정도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출중한 역량을 가졌다 하더라도 능력발휘 여부는 결국 노 대통령이 경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이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무리한 주문을 하면 정책은 비틀릴 수밖에 없다. 또 부총리에 힘이 실리지 않으면 정책의 조정ㆍ통합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돼 정책혼선을 야기한다. 이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경제회생을 요원하게 만든다.
노 대통령과 이 부총리가 절묘한 콤비네이션 플레이로 경제에도 천지개벽을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내년 이맘때는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나아가 임기를 마쳤을 때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현우 부국장 겸 증권부장 hu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