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LA타임스특약] 제임스 플래니건 LA타임스칼럼리스트이라크전 발발에 대한 두려움과 얼마 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동결 소식으로 유가가 30달러를 오가는 이 마당에 수 십년 후의 에너지 산업을 조망한다는 것이 다소 생뚱 맞은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세계 3위를 자랑하는 거대 정유 회사의 최고 경영자(CEO)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OPEC의 산유량 동결에 대해 염려하지 말라며 천연가스가 향후 수십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할 대체 에너지로 부상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로얄 더치 쉘의 필립 왓츠 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유럽의 에너지 산업은 알제리, 러시아, 북해연안과 네덜란드에서 운송된 천연가스의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을 지목하고 "과거 유럽의 주 발전원은 석탄이었지만 최근 유럽 전역에 걸쳐 천연가스를 운송하기 위한 파이프 라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며 이미 에너지 산업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질학자출신의 왓츠 회장은 또 머지않아 중국과 인도에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지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파이프 라인이 세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왓츠 회장의 이러한 비전은 특히 자동차로 꽉 채워진 로스엔젤레스와 같은 도시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비즈니스맨들과 학자들이 모인 강연장에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의 연료는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다(Unsustainable)"라며 대체 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역설했다.
이 같은 주장대로 쉘은 이미 도요타 자동차, 제너럴 모터스(GM),미쉐린그룹과 리서치 벤처를 설립,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을 진행중이다.
왓츠 회장은 자동차 업계역시 환경 친화적인 수소연료 자동차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 자동차는 연료 1갤론으로 75마일을 달릴수 있으며 2025년께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자동차중 4분의 1이 수소 연료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쉘 연구소의 예측.
물론 왓츠 회장 말의 속뜻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로얄 더치 쉘의 사업을 홍보하는 비즈니스 맨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의 요지는 천연가스가 미국 에너지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점. 이때 액화 천연가스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개발된 것뿐 아니라 호주나 사할린에서 운송된 것을 포함한다.
우연찮게도 쉘은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개발 업체다. 이 회사는 나이지리아, 호주, 오만, 말레이시아에서 천연가스를 개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이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천연가스 개발에 매년 80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쉘의 야심은 전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중앙아시아의 천연가스를 운송하기 위해 4,000마일에 걸친 파이프 라인을 중국대륙에 건설할 계획. 쉘은 또 사우디 아라비아의 250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한국등에 에너지를 공급할 목적으로 사할린에서 광대한 천연가스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모두 감안했을 때 여전히 왓츠 회장의 에너지 산업에 대한 미래 예측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답은 '예스(Yes)' 다. 일찍이 지난 1985년 석유 수요의 급증을 내다보고 인도네시아의 거대 원전 개발에 착수했던 쉘의 전망은 꽤 신뢰할만하기 때문.
왓츠의 주장대로 세계는 또 한번의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에너지 업계의 변화는 장기적인 비전이지만 허황된 꿈은 아니다.
OPEC의 산유량 동결에 대해 염려하기보다는 환경친화적인 대체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이 더 생산적일수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