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콩마저 통화위기… 원인과 전망

◎금융위기 아시아전역 확산조짐/“홍콩달러화 과대평가” 투기꾼 끈질긴 공세에 주권 반환후 최대위기 환율제도 개편설 과다세계 금융센터인 홍콩마저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했다. 동남아의 금융위기가 마침내 홍콩으로 옮겨붙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아시아금융시장을 에워싸고있다. 그동안 환투기세력의 끈질긴 공세에 버티어오던 홍콩증시는 23일 주가가 한때 1만포인트 밑으로 폭락, 주권 반환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홍콩증시의 붕괴는 이날 동경 및 동남아를 강타했다. 홍콩의 주가폭락이 동남아 금융위기를 증폭시키고 이 지역에 대한 일본의 막대한 투자와 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날 홍콩금융시장 불안을 몰고온 직접적인 원인은 중앙은행인 홍콩금융사(HKMA)의 환투기세력에 대한 본격적인 반격으로 지적되고있다. 금융당국이 차입금의 투기자금화를 막기 위해 시중은행에 대한 정상금리 여신 제공을 중단하자 홍콩은행 등 주요 4대 은행들이 일제히 우대 대출금리를 인상,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동남아 통화폭락으로 홍콩도 환율제도를 변경하고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과감한 손절매에 나섰던 외국투자가들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홍콩은 그동안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실상 미달러에 고정된 환율제도를 고수해왔다. 이로 인해 일찍부터 환투기세력의 공격대상으로 떠올랐다. 동남아국가들의 자국통화 평가절하로 홍콩달러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일부에서는 그 비율을 30%정도까지 높여잡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홍콩달러화가 비교적 안정됐던 것은 홍콩 금융당국의 적절한 시장 개입과 막대한 외화보유액을 가진 중국의 든든한 후원 덕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더이상 버티지 못한 금융당국이 손을 들어 버리면서 위기감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홍콩의 거대갑부인 이가성 허치슨 회장도 21일 북경에서 강택민국가주석을 만나 홍콩증시의 위기 타개를 위한 지원을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주변에서는 홍콩의 환율제도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환율을 현실화하거나 환율시스템을 아예 변경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홍콩당국은 아직 위기 해결을 장담하고 있다. 동건화행정장관도 런던에서『홍콩 달러를 지키기 위해 금리는 인상해도 평가절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동남아국가의 평가절하는 곧바로 아시아지역 전반의 환율가치 변동을 초래하고 있다. 경상적자 감축을 위한 수출경쟁력 회복과 금융시장안정 차원의 환율조정에서 홍콩도 예외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있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아시아의 양대 투자기지인 싱가포르에 이어 홍콩마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지역의 투자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상 최고수준의 급등세를 보였던 22일 한국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사상 최대의 물량을 한꺼번에 팔아치웠던 것도 이같은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정상범 기자>

관련기사



정상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