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영품질로 승부하라

지난해 10월 미국 국방성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400억달러 국방사업에서 록히드마틴사가 보잉사를 이겼다'고 발표했다. 페타곤은 보잉사의 제트기 디자인을 놓고 '입을 벌리고 날라 다니는 개구리 같다'고 비꼬았다. 이에 발끈한 보잉사는 즉각 반응했다. '우리는 전투기를 만드는 회사이지 고등학생 졸업파티에 참석하는 데 필요한 비행기를 만드는 곳이 아니다'. 실로 대단한 자존심이 아닐 수 없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든 보잉은 자신들의 철학에 근거해서 경영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존심을 내세운 보잉사는 결국 3만명의 직원을 해고해야만 했다. 고객의 입맛을 무시한 데 대한 쓰라린 대가였다. 조직의 목표는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것이다.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주체는 고객과 시장이며 그들의 요구는 끊임없이 변한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생산능력이 중요했던 시절에는 생산성이 경영의 화두였다. 제품의 품질이 중요한 시기에는 품질관리나 품질보증으로 대응했다. 서비스 품질에는 고객만족경영, 안전에는 안전경영, 기술개발에는 기술경영, 프로세스 혁신에는 리엔지니어링, 그리고 디자인 경쟁력에는 창조경영이나 지식경영이 적용됐다. 다양한 고객과 시장의 요구가 수많은 경영혁신 개념을 탄생시키고 있는 셈이다. 현대 경영과 리더십이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발목을 잡히게 된 배경이다. 한 가지 경영혁신 방법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마이클 해머가 리엔지니어링이 만병통치약처럼 적용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아젠다'를 발표한 것도 따지고 보면 경영혁신의 선택에 대한 부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약 2,000명의 경영혁신 전문가들이 참가한 올해 미국 품질대회(AQC)는 바로 경영혁신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대회였다. 선택에 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경영품질(Management Quality) 모델이 강조된 반면 집중에 대해서는 6시그마가 중심축을 이루며 적용되고 있었다. 주목할만한 것은 병원장, 학교 총장이나 교장, 지자체 공무원들과 같은 공공부문의 리더들이 대거 참석해 사례발표를 직접할 정도로 미국의 경영품질 모델은 이미 범사회적으로 확산됐다는 사실이다. 개별적인 기능요소가 조직의 경쟁력에 차지하는 비중에 근거해 어떤 분야가 강하고 어떤 분야가 취약한지를 분석한 후, 핵심 부문의 혁신을 위해 도구적용을 집중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다. 월드클래스 조직들은 이미 경영품질 모델을 선택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러한 모델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의 최적 밸런스에 대한 조율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강한 팀들은 볼 점유율이나 슈팅 수보다는 슛 성공률에 초점을 맞춘 축구를 한다는 사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에서 요즘 유행하는 경영혁신 개념은 단연 6시그마다. 대기업들이 대대적으로 6시그마를 도입하고 있으며 많은 협력사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대기업의 경우 연간 수십억의 컨설팅 및 교육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국가의 품질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이므로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될 일이 있다. 바로 6시그마의 개념들이 부분적인 문제해결이나 개선수단으로서 각광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선택과 집중에서 집중의 능력을 배양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장 개선능력에 관한 한 세계적인 노하우를 자랑하는 일본기업들이 뒤늦게 미국의 경영품질 모델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경영혁신도 선택 능력과 집중 능력간의 밸런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영혁신은 선택 능력에 비해서 집중 능력이 강하다. 목표가 주어지면 기어코 해내는 강인한 근성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부분 최적화에 너무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데밍 박사는 생전에 산업계 지도자들에게 "조직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시스템의 요소는 경쟁적인 수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에 대한 기여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안목이 경쟁력의 근원이라는 얘기다. "단위 부품의 품질이나 생산성은 이제는 해 볼만하다. 외국기업들도 인정한다. 그런데도 경영시스템이 취약해 경쟁환경은 늘 우리에게 불리하게만 작동한다". 유럽회사와 합병한 국내 전자회사의 간부사원의 고백이다. 이제 우리도 경영시스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눈길을 돌려야 한다. 경영품질로 경쟁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신완선<성균관대閨?시스템경영공학부 교수>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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