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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도시문화를 바꾼다] <2> 공장·연구소의 화려한 변신

삭막한 이미지 훌훌… 생명감 넘치는 옷으로 갈아입다<br>1회 대상 한샘 시화공장 '공장도 작품' 인식 계기돼<br>여백의 공간·실용성 살린 아임삭 오창공장도 '수작'<br>LG화학硏 등 연구소도 기능성·건축미 잘 갖춰

아임삭 오창공장

한샘 시화공장

LG화학기술연구원

공장의 이미지는 무겁고 차갑다. 효율성 극대화에 치중한 설계 탓에 건축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지난 1992년 첫발을 내디딘 한국건축문화대상의 충격은 그래서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쟁쟁한 작품들 가운데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의 대상을 차지한 작품은 '한샘 시화공장'이었다. 바다를 매립한 시화공단에 세워진 한샘 시화공장은 공장이 훌륭한 건축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거칠고 폐쇄적인 기존 공장의 이미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정감 어린 색조와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한 외벽, 대형 유리로 확보한 개방감은 건축주와 설계자에 따라 공장이 얼마든지 밝고 생명감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건물 용도에 대한 선입견만 버린다면 산뜻한 문화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한샘 시화공장은 생산공정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중앙부를 기둥이 없는 트러스 구조로 설계해 기능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갖췄다. 화성시 장안면 수촌리에 지어진 동우밸브컨트롤 공장은 값비싼 재료와 넉넉한 공간이 아니더라도 발상의 전환만으로 공장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사례다. 1998년 입선작인 동우밸브컨트롤 공장의 외부 마감재는 샌드위치패널.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공업화된 재료다. 하지만 설계자는 부지면적 3,171㎡, 연면적 1,223㎡의 작은 공장을 마당ㆍ정원ㆍ아트리움까지 갖춘 유기적 공간으로 재해석해냈다.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은 건물 내부에 생생한 활기까지 불어넣는다. 1996년 본상 수상작인 '진로쿠어스 맥주공장 견학동'은 공장 생산라인을 따라 배치된 자연스러운 동선배치로 주목 받은 작품이다. 전시관과 영상실ㆍ시음장 등 각 공간의 유기적 배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커스장의 막 구조를 차용한 오디토리엄, 원형으로 처리된 로비, 유리로 마감한 구름다리, 외부의 원형연못ㆍ실개천 등은 단순한 눈요깃거리에 그치지 않고 건물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008 한국건축문화대상은 '아임삭 오창공장'이라는 또 하나의 수작(秀作)을 발굴해냈다. 그해 민간 부문 대상을 차지한 아임삭 오창공장은 실용성과 함께 건축적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공장과 사무동 사이에 위치한 '아임삭 밸리'는 공장 건축에서는 보기 드문 '여백의 공간'으로 '비움'이 건축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보여줬다. 공장과 함께 최근 기업건축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연구소다.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구소는 기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건축적으로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1997년 대상 수상작인 LG화학기술연구원은 연구활동의 기능성과 건축미를 두루 갖춘 걸작으로 꼽힌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완만한 경사지에 지상 3층 연구동이 모여 있는 이 작품은 건물들이 마치 고딕성당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거대한 유리복도로 연결돼 역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결합을 보여준다. 각 연구동 사이에 다양한 주제로 만들어진 조경공간은 연구활동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배려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종합연구소(1995년 입선), 삼성자동차기술연구소(1997년 입선), LG전자 평택연구소(1999년 입선) 등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통해 선보인 대표적 작품들이다.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는 ▦엔씨소프트 R&D센터 ▦웅진코웨이 R&D센터 ▦아모레퍼시픽 설록차연구소&공장 등 세 작품이 한꺼번에 수상작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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