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이미 이 정부 임기중에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물리적ㆍ시간적으로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직접 '대운하 연계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 4대강 관련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충돌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국면을 풀어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토해양부ㆍ농림수산식품부ㆍ행정안전부ㆍ환경부의 내년도 업무보고에서 "국회에서 4대강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임기중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또 4대강 사업에 대해 "우리가 선도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수질과 생태계를 확보한 뒤 경제를 성장시킴으로써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을 함께 하는 모델이라고 유엔개발계획(UNEP)에서도 발표하고 있다"고 밝혀 강력한 추진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선언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표명으로 4대강과 대운하 사업 간 연계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만큼 민주당은 4대강 사업 예산이 포함된 새해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대통령이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게 도대체 몇 번째인가"라며 "대통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힌 만큼 민주당은 4대강 치수사업조차 대운하라고 근거 없이 주장하면서 예산안의 발목을 잡는 일을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대운하 의혹' 제기가 정치공세를 위한 말도 안 되는 핑계라는 점을 인정하고 4대강 사업이 대운하가 아니라는 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은 여전히 이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임기중에 하지 않겠다는 것은 후임자가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겠다는 점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보와 준설 예산 삭감에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도 "대운하를 할 수 있는 1, 2단계 사업을 다 해놓고 대운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위록지마(謂鹿之馬)로 국민을 속이는 처사"라며 "대통령의 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대운하로 의심되는 예산을 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22번이나 원안대로 시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며 "대운하의 경우 이제 겨우 두 차례 부정했는데 앞으로 수백번 부정한다 한들 그 말을 믿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4대강 예산 때문에 국회가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말로는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면서 대운하로 의심되는 4대강 예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