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관들도 '거수기' 벗어나 제 목소리 낸다


하이운용등ㆍ국민연금 등 기관들도 ‘반대’ 의결권 행사 12월 결산법인들이 주총에 돌입하면서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이전의 ‘총회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자산운용은 LG디스플레이의 주주총회 의안 중 정관변경의 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놨다. LG디스플레이가 정관변경을 통해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발행한도를 기존 2조원(CB 1조원ㆍBW 1조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상향조정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곽재우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팀 과장은 “전환사채는 채권과 달리 주식으로 전환되면 증자와 같은 효과를 가지므로 주주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며 “채권발행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데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CB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 내부 회의를 거쳐 반대 의견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주주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는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는하이자산운용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4일 주총시즌의 첫 테이프를 끊은 넥센타이어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지분율 5.04%)은 신주인수권 발행 규정을 신설하고 CB, BW 발행한도를 각각 2,000억원으로 2배씩 늘리는 내용의 정관변경 건에 대해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이 회사 주식을 3.09% 보유한 삼성자산운용은 같은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놨고 결국 이날 주총에서 해당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2,000억원에 달하는 CB 발행한도가 지나치게 많고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상시적으로 CB를 발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이 주주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해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그 동안 주총에 참석해서도 대부분 찬성 의견을 따르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의결권 강화에 나서면서 지난 2003년 1.9%에 불과했던 반대의견이 지난해 8.08%까지 늘어나는 등 주총에서 점차 주주로서 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관들은 아직도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 기준안을 마련해 주주 이익에 반하는 사항이 발견될 경우 질의서를 발송해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반대의견을 낸다”면서도 “하지만 올해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효성이 부도위기에 처한 자회사 진흥기업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안건에 대해서도 소액주주들이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관투자자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효성 주식을 100억원 이상 보유한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2,806억원), KTB자산운용(419억원), KB자산운용(324억원), 삼성자산운용(161억원) 등 7개사로 대부분의 운용사는 현재까지 효성 주총 의안 관련 특이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증권가에서는 기관투자자들이 상장사와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총에서 침묵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갖고 있지만 명확한 의결 기준 없이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운용사들은 투자회사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제대로 된 의결권 행사에 나서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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