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 혁파를 천명한 가운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신감과 도전정신으로 기업을 일궈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에 대한 재조명작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도 중요하지만 기업가들 역시 기업가정신을 재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정 명예회장 13주기 추모일(21일)을 앞두고 발표된 '지금, 기업가 정주영이 필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 명예회장 같은 투철한 기업가정신을 갖춘 경영자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돼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그의 기업가 정신을 △창조적 사고 △캔두(Can Do)이즘 △글로벌 마인드 △사회적 책임 △통일 대비 등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정 명예회장은 1,001마리 소 떼를 몰고 민간인 최초로 판문점을 넘어 방북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창조적 사고의 단면을 보여줬다. 또 조선소 건설, 선박 수주 및 건조를 동시에 진행해 캔두이즘을 실현했다. 사업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공격적 마케팅을 벌인 점, 국가 간 수교와 서울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점, 금강산관광ㆍ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경협모델을 제시한 점 등도 차세대 경영자들이 교훈으로 삼을 만한 대목으로 꼽혔다.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서 국내 창업의 활력을 보여주는 기업신생률(신규사업자/가동사업자)은 하락 추세다. 기업신생률은 지난 2002년 31.3%를 기록했지만 2011년 20.2%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하는 기업가정신도 계속 하락하면서 2013년 하반기에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장후석 현대연 연구위원은 "최근 기업활동이 위축되면서 기업 신생률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기업가정신이 퇴조하고 있다"며 "21세기 한국의 기업가들도 정주영의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의 새로운 역할모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