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루벤스 그림 속 조선인이 장영실이라면…

'한복 입은 남자' 소재로 한

소설 2편 잇따라 출간 화제


조선시대 무관 차림의 한 남자가 두 손을 소매 안으로 넣고 멀리 항구의 배를 등지고 서 있다. 치켜 올라간 눈매, 동양인 특유의 안면 골격. 미국 폴게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7세기 화가 루벤스(1577-1640)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A Man in Korean Costume·사진)'는 서양인이 그린 첫 한국인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 남자가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으로, 네덜란드 상인과 함께 유럽으로 넘어갔다고 추측한다. 혹은 피렌체 출신 여행가 프란체스코 카를레티가 1701년에 출간한 '동서인도 여행기'에 나오는 조선인 노예 '안토니오 꼬레아'로도 본다.


바로 이 남자를 소재로 한 소설이 2편이 최근 한 달 사이 출간됐다. 지난달 말 출간된 '한복 입은 남자'(박하)는 루벤스 그림 속 남자가 장영실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는 조선 초 세종대왕의 총애 속에 노비에서 종3품의 벼슬까지 올랐지만, 세종의 가마를 잘못 설계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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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 출신으로 10여년의 조사를 통해 이 작품을 쓰고, 또 영화화를 준비 중인 이상훈 작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케치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도르래를 이용한 기중기에서 다연발 로켓, 물시계, 비차의 모형도까지 우연이라기엔 너무 장영실과 흡사한 고안이라는 점. 또 그림 배경의 배가 동양 것이라는 점에서 명나라 장군 정화의 선단과 연관 짓고, 그림 속 의복이 조선 초기 복식이라고 지적한다. 즉 시기상 이 그림이 루벤스의 작품도, 17세기 초 유럽에 있었다는 안토니오 꼬레아도 아니라는 것.

이번 주 출간된 '조선 남자'(다빈치북스) 역시 전경일 작가가 7년여의 구상과 기획, 집필한 노작이다. 이미 10회에 걸쳐 EBS 라디오에서 낭송되고, 포털사이트 다음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1년여 연재됐다. 주인공은 조선인 무관으로 임진왜란을 겪은 뒤 왜군의 강력한 화력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기 위해 유럽까지 넘어간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아프리카를 거쳐 마침내 네덜란드에 이른다.

저자의 관심은 단지 재미와 고증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신·구교 갈등으로 결국 국가 분할에 이르는 당시 네덜란드 상황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문제를 묻는다. 이 책에 대해 작가는 "광복 70주년인 2015년을 맞아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고자 했다. 타자의 눈으로 유럽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에둘러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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