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과 주식시장
이달들어 국내 증시는 제한된 범위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횡보양상의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 없는 움직임은 현재 주식시장이 정체성 부재의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며, 정체성 없는 시장은 대부분 새로운 변수에 민감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경제상황, 미국 대선 관련사항 등 주식시장에서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 변수들은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반영된 상태기 때문에 이에 대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단지 기술적 반발을 제한하는 소극적 역할만을 행하고 있다.
답답하게 횡보하는 시장에 최근 눈에 뜨이는 새로운-굳이 말하자면 크게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동안 증시가 외면하고 있던 변수이므로-변수가 바로 급변하는 원/달러 환율이다.
외견상 현대건설에 대한 유동성의 문제도 가닥을 잡아가고, 금융권 구조조정도 서서히 윤곽을 잡아가며 차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환율은 지난 주부터 급등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구두개입도 일시적인 속도만 조절할 뿐 흐름을 바꾸어 놓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다.
불과 지난달 까지만 해도, 아시아 각국의 달러에 대한 자국 화폐가치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외국 기관들도 원화에 대한 안정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11월 들어서며 사정은 바뀌어 외국 기관들은 원화에 대한 전망을 수정하고 달러 매입에 나서고 있다.
환율시장의 수급을 살펴보면, 11월 들어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순유입의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무역수지도 흑자가 예상되는 등 달러 공급우위 상태다. 이론적으로 달러가치가 급등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동폭을 확대시키며 환율은 폭등하고 있다. 이는 심리적 요인이 현재 외환시장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수요가 일어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불안감과 이에 따른 환율 상승의 전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뜻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시 일관성을 잃어가는 정책당국의 구조조정 의지 및 당리당략 때문에 다급한 경제현안을 뒷전으로 미룰 정도로 대담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한국 및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책당국은 아직 최근의 급격한 환율 움직임을 그다지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 분위기로 느껴진다. 급격한 가격 움직임이 문제일수는 있어도 환율이 움직이는 방향은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며, 심리적인 가수요로 환율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수급기조 자체를 볼 때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외국 기관들도 1,200원대 까지는 용인하는 분위기며, 이 수준까지는 주식시장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들어 외국 기관들이 환율에 대해 매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국회 정상화에 따른 신속한 공적자금 투입 및 속도감있는 구조조정의 진행으로 정부가 신뢰를 되찾지 않으면 외환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환율은 양면성을 갖고 있어 환율상승이 수출 주도형 산업국가인 한국의 수출 경쟁력 향상에는 도움을 주지만 물가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개선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물가인상의 효과도 상당한 시차가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효과와는 달리 금융시장은 다소 반응이 빠른 편이다. 물가 불안의 요소는 금리를 자극하게 되고, 이 경우 지금의 국채위주의 저금리 정책에 상당한 타격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주식시장에 있어서는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외국 기관들의 헤지 및 달러매수를 통한 자금 유출을 가속화시키게 되며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으로부터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로 인한 증시 수급 악화를 초래하게 될 소지를 갖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경제체제가 글로벌화한 현재의 상황에서 이전의 환율과 주가와의 상관관계, 즉 환율 상승은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식의 등식은 성립할 수 없다.
현재의 저금리가 그 내면적 이유로 인해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지 못하는 것과 같이 환율 또한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가장 안정적인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통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특히 경기가 둔화될수록 투자자금들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게 된다. 환율이 안정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경제 주체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 시장으로부터 신뢰회복이 필요하며, 주식시장의 상승은 안정 이후 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남경기 동양투신운용 상무입력시간 2000/11/27 10:02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