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기조가 중립에서 긴축으로 선회중인데다 채권시장 수급도 공급우위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 등 거시지표들도 하반기 금리상승을 예고하고 있다.한은과 경제연구소, 시장관계자들은 하반기중 중장기 금리가 최소한 8~9%선을 위협할 것이 확실하며 내년 연초이후 두자릿수 금리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7월부터 내년 1월까지 만기도래할 투신사공사채형 수익증권 자금이 무려 112조4,092억원에 달해 이 자금의 현재와 같은 속도로 환매될 경우 금리상승 압박도 가중딜 전망이다. 이 자금의 향방은 부동산 등으로 흐를 수도 있어 금리상승과 인플레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플레 우려를 불식하고 과열 기미를 보이는 일부 자산시장을 제어하기 위해 금리상승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지만 금리급등 과정에서 나타날 시장 불안을 사전에 막기 위해 풍부한 시중유동성을 생산부문에 연결시키는 정책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시중금리를 결정짓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 거시경제 상황과 한은의 통화정책, 시장 수급요인 등이다. 거시여건과 통화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금리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채권시장 수급을 살펴보면 단기 상승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삼성금융연구소 이재돈(李載敦) 선임연구원은 『인플레 기대가설 모형 5가지를 이용해 기대인플레이션을 산출한 결과 3.7~7.2%범위로 평가됐다』며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채권수익률 균형수준은 국채가 8%, 회사채는 9%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유가상승, 향후 통화정책의 긴축가능성 등을 배제한 가운데 산출된 전망치다. 두자릿 수 금리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중장기 금리가 7%라는 상황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거시경제지표= 성장이 빨라지는 한 금리도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론적인 금리는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의 합계. 한은의 예상치 6.8%만큼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1.0% 오른다면 적정금리가 7.8%가 된다. 여기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1%만 잡아도 금리는 8%대 후반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성장률 예상치 7.5%를 대입하면 적정금리 수준은 9.4%로 뛰어오른다. 일부 예상대로 2·4분기중 성장률이 10%를 넘게 나온다면 금리인상 압력도 가중된다
◇통화정책=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해온 금리인하정책이 5월을 기점으로 중장기금리의 상승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최근에는 시장움직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은이 언제라도 긴축으로 들어설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은 단기화하고 있는 공개시장운용에서 나타난다.
한은은 5월 이후 공개시장운용을 통화안정증권 중심에서 RP(환매채) 위주로 바꾸고 있다. 통안증권 자체도 2년물로 재구성하고 미세조정은 초단기물인 RP에 의존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본격 긴축으로 돌아설 시장상황이 되면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 한은은 RP금리를 소폭 상향조정, 콜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4월말 2.49%포인트까지 좁혀졌던 회사채와 콜금리간 장단기 금리차가 3.78%포인트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단기금리의 상승까지 예고하는 대목이다.
◇시장 수급=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돌고 있다. 지난주말에는 거의 무조건 팔고 보자는 패닉현상까지 나타났다. 주식형수익증권을 사려고 공사채형수익증권을 내파는 환매수요가 가격을 올리고 있다.
6월이전만해도 투신사들은 수익증권에 편입해 운용중인 현금형 자산 즉, 현금이나 콜, CD, CP 등을 내팔아 환매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으나 6월 환매자금 9조9,911억원을 내준후 현금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냈다. 투신사들은 환매수요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 채권을 내팔고 있다. 그러나 웬만한 가격에는 매수자가 나서지 않아 가격을 다시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금시장 일정을 감안할 때 급등세는 이달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21일 고객예탁금의 증권금융예치 완료, 22일 은행지준 마감, 25일 약 5조원의 부가세 납부 등 자금수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 그룹 관련 악재까지 겹칠 수도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번주중 회사채 수익률이 연중 최고치인 8.89%를 뚫고 9%대까지 별다른 저항없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승 요인 산적= 앞으로도 금리상승 요인이 겹겹히 대기중이다. 올해말까지 만기도래할 공사채형수익증권은 모두 80조1,100원억원. 9월까지 3개월동안 45조3,673억원이 몰려 있다. 내년 1월분까지 합치면 7개월동안 112조4,092억원이 만기도래한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이 자금이 빠져 나가면 투신사들의 환매능력 자체가 위협받고 금리 두자릿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시장 뿐 아니라 발행시장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회사채 발행이 제한된 대기업 대신 중견·중소기업의 발행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 이들이 발행하는 물량도 물량이지만 신용리스크가 높다는 점에서 발행금리도 높게 형성될 전망이다.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상요인이 많아진다. 기업 부채비율을 축소해야 하고 채권시가 평가도 기다리고 있다. 투신사들은 자기계열 회사채 비중 축소에 따라 보유 물량을 내팔아야 한다. 유가인상과 인플레 우려의 현실화에 따라 물가가 오르면 금리도 덩달아 뛸 수 밖에 없다.
◇전망=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와 자산시장 집중으로 금리대로 오르고 증시와 부동산도 불안정해지는 양곤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는 냉기가 도는데 한 쪽은 너무 뜨거워 화상을 입는 형국이다. 당연히 인플레 압력도 가중된다.
이를 피하려면 자금흐름의 정상화를 유도하는 수 밖에 없다. 넘쳐 나는 시중유동성을 구조조정과 생산부문에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1백조원이 넘는 시중대기성 자금을 대기업 구조조정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선별 지원으로 돌려 하는 과제가 우리 경제 앞에 놓여 있다.
권홍우기자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