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뉴 노멀이 과연 대세인가


내년 경제 전망이 잿빛 일색이다. 여러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치를 종합해보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3% 중반으로 수렴된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을 3.5%로 예상했다. 이 숫자도 그나마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한다. 대내외적 돌발 변수가 없다는 전제하에 그렇다는 것이다. KDI는 오히려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질 확률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했다. 우리 경제가 내년에 젖 먹던 힘을 다 써야 3.5%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다는 얘기다.

KDI의 시나리오가 맞는다면 우리 경제는 지난 2010년 6.5% 성장 이후 내리 5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다. 2010년 6%대의 고성장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 덕분이다. 이런 기술적 반등을 걷어낸다면 저성장 이력은 20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수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이라면 경제 구조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치유할 수 없는 것이라면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져 일본 꼴 나는 일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3% 중반의 성장률은 주요 선진국보다는 나은 편이다. 잠재성장률 수준과 엇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하는 경기침체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그 정도면 됐다'고 할 만한 가계나 기업이 어디 있을까 싶다. 지표와는 동떨어진 체감 경기는 바깥 날씨만큼이나 엄동설한이다.

경제 '내우외환' 엄중한 상황


체감 경기는 내년에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암울한 조짐은 벌써 엿보인다. 올해 대기업 실적은 줄줄이 꺾였다. 사실상 위기체제를 가동한 기업들이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학수고대하던 투자 선물 보따리를 풀지는 미지수다. 고용과 소득-소비의 선순환 구조가 끊기는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미래가 불안한 기성세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층에게 씀씀이를 늘릴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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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도 안갯속이다. 중국은 경기 후퇴 조짐이 완연하고 유럽은 일본식 불황에 근접한 지 오래다. 윤전기로 돈을 찍어내는 일본 역시 빈사 상태에서 헤어나지를 못한다. 그나마 미국이 경제 회복세가 탄력을 받는다지만 그다지 위안거리가 못 된다. 고용과 주택 시장이 완전히 되살아났다고 판단된다면 미국은 금리 인상에 돌입할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4월 이후 분명한 신호를 주겠다며 출구로 한 발짝 더 나가 섰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때 지구촌 경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천연자원을 무기로 패권을 꿈꾸던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제재와 석유전쟁 통에 거덜 나기 직전이다. 저유가가 초래할 후폭풍의 강도 역시 예측 불허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를 구렁텅이 속으로 몰고 갔지만 결국 최후 승자가 되는 형국이다. 미국이 뿌린 유동성 파티에 취했던 세계 경제가 금융 시장 불안으로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언제 어디서 쓰나미가 들이닥칠지 모른다. 취약 국가는 분명 드러나게 마련이다.

혹자는 이제는 저성장 시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전략을 짜 복지와 삶의 질 확충에 매진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뉴 노멀'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말이다.

저성장 무기력증 경계해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로서는 '뉴 노멀'은 성장 포기론밖에 안 된다. 어쩌면 성장 무기력증일 수도 있다. 인구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속도만큼은 줄여야 한다. 가용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해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저성장이 지금처럼 예사롭다면 우리 경제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기는 요원하다.

세계 경제가 '뉴 노멀' 시대를 맞는다면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 차례 큰 고비를 넘기지 않았나. 더구나 유럽 재정위기 등 일련의 해외발 악재에 대한 내성도 커졌다. 워런 버핏의 말마따나 썰물 때면 누가 옷을 벗고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 파국적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진실의 순간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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