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시너지와 링겔만 효과

박항식 미래부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공동단장


줄다리기는 운동회 등 각종 체육행사에서 늘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게임 중 하나다. 15세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나올 정도로 오래된 전통놀이이기도 하다. 단순히 힘을 겨루는 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팀원들이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리더의 전략과 지휘능력이 필요한 게임이다. 힘센 사람이 많다고 무조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줄다리기 경기에 많이 참여했다. 이겼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졌을 때는 괜히 나만 힘을 쓰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줄을 잡고 당기는 시늉만 한 게 아니냐고 원망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 적이 많았다.


혼자서 일할 때보다 여럿이 모여 힘을 합치면 효율성이 증가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100년 전 독일의 심리학자 링겔만은 집단 내 개인의 공헌도를 측정하기 위해 줄다리기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참가자가 늘수록 한 사람이 내는 힘의 크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이 줄을 당길 때 100%의 힘을 발휘한다고 가정했을 때 두 사람이 줄을 당길 때는 각 개인이 발휘하는 힘이 93%까지 떨어졌다. 세 사람이 당길 때는 85%, 8명일 때는 49%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는 이 현상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링겔만 효과'로 불렀다. '1+1=2'가 아니라 그보다 더 적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하고 이론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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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과 조직생활에서 은연 중에 링겔만 효과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차라리 혼자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링겔만 효과는 협동과 결합을 통한 상승을 의미하는 시너지 효과의 반대로 볼 수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해법을 찾는다. 조직 속에서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할 때, 여러 명 중 단지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링겔만 효과로 나타난다. 특히 위기 국면에서 링겔만 효과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기획한 창조경제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그 성과를 경제와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 초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이 출범했다. 민간 부문의 창의력과 정부의 기획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초기에는 민간과 정부에서 40개 이상의 다양한 기관, 단체의 인력으로 구성돼 구성원 간의 손발이 잘 맞겠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 긴밀한 협력을 통해 조직이 빠르게 안정돼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에 운영됐던 여느 민관합동 추진단과 달리 민간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의 조직으로 구성한 것이 시너지 효과 창출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공직생활 30년이 넘고 조직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보니 후배들이 가끔 좌우명이 뭐냐는 질문을 한다. 필자는 '무엇을 생각할 때는 큰 방향에서 하고, 막상 일할 때는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의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라고 답하곤 한다. 인생의 좌우명을 넘어 창조경제 정책의 모토로도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 '명예는 상관에게, 공은 부하에게, 책임은 나에게'라는 자세가 링겔만 효과 대신 시너지 효과를 조직에 불어넣을 수 있는 비결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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